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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후 달려가고픈 그곳, 펭수의 고향 우수아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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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후 달려가고픈 그곳, 펭수의 고향 우수아이아
  • 오내영 기자
  • 승인 2021.05.20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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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주요 배경지를 따라가는 여행은 이제 식상하다. 요즘은 인기 캐릭터의 고향까지 찾아내 성지순례를 한다. 펭수의 고향 남극으로 가는 가장 빠른 관문 ‘우수아이아’,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감초 캐릭터 ‘스벤’의 고향 ‘툰드라’, 영화 ‘반지의 제왕’ ‘겨울왕국’ 속 ‘트롤’의 고향 덴마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수아이아의 명물, 슬픔을 버리는 '빨간 등대'. 우수아이아는 펭수의 고향 남극대륙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다. ⓒpixabay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의 명물, 슬픔을 버리는 '빨간 등대'. 우수아이아는 펭수의 고향 남극대륙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다. ⓒpixabay

펭수의 고향 남극대륙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 '우수아이아'

문화콘텐츠가 여행 트렌드까지 바꾼 것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 한때, 한국에서 남극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인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 공항행 항공권 검색량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는 트립닷컴의 결과가 나온 적이 있었다. 2030세대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펭귄 캐릭터 펭수의 영향력이라는 분석이다.

"남극에서 왔다"는 펭수는 우주대스타를 꿈꾸는 나이 열 살의 자이언트 펭귄. 자기소개서에 따르면 펭수는 뽀로로 같은 우주대스타가 꿈이다. 키는 2.1m, 몸무게는 103kg '왔다갔다'이고, 고향 남극에선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한 경험도 있다.

남극에서 온 열 살 어린이 '펭수'의 감성은 그러나 30대.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독특하고 직설적인 세계관, ‘갑’을 ‘을’처럼 대하는 담대함, 꼰대를 멋지게 한방 ‘먹이는’ 거침없는 입담 등이 수직 관계에 짓눌리고 할 말 못하며 사는 2030 세대에겐 이과수 폭포 같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도 때도 없이, 존칭은 과감히 생략한 채 김명중 EBS 사장을 외치는 10살 펭수의 선을 훌쩍 뛰어 넘는 기개에 시청자들은 사이다를 들이켠 듯한 시원함을 느낀다.

펭수의 고향 남극대륙으로 가기 위해서는 칠레의 남단 푼타아레나스를 거치는 길도 있지만 한국에선 아르헨티나의 최남단의 작은 항구도시 우수아이아에서 내려 다시 배를 타고 남극 대륙을 돌아보는 것이 더 빠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pixabay
요즘 대세 '펭수'는 열 살 먹은 자이언트 펭귄이다. 사진은 남극 대륙에서 만난 자이언트 펭귄. ⓒpixabay

남극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데도 남극대륙과는 1,000km 이상 떨어져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와의 거리도 3,000km다. 한국에서부터 우수아이아까지 오려면 최소 2회 환승에 32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야 한다. 지독한 고생길에 비해 볼거리, 즐길 거리는 스페인어로 '세상의 끝'이라고 적힌 표지판 앞에서 인증샷을 찍거나, 유람선을 타고 비글 해협의 새섬, 바다사자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 정도다.

우수아이아 비글 해협. 유람선을 타고 투어하며 새섬, 바다사자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pixabay
우수아이아 비글 해협. 유람선을 타고 투어하며 새섬, 바다사자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pixabay

그런데도 매년 전 세계 여행자들이 이곳 우수아이아를 찾는 건 ‘세상의 끝’이라는, 괜시리 가슴이 먹먹해지는 카피 한 줄의 힘이다. 1998년에 개봉한 홍콩 영화 <해피투게더>에도 우수아이아가 나온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슬픔을 버리고 오는 빨간 등대'는 지금도 묵묵히 서서 여행자들의 슬픔을 받아 먹는다. 그 슬픔이 다시 여행자를 따라갈 수 없도록.

2030세대에게 카타르시스를 선물하는 펭수와 사람들이 슬픔을 버리고 가는 펭수의 고향 우수아이아, 묘하게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펭수 덕후인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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