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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된 옛 건물, 로컬 관광에 숨을 불어 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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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된 옛 건물, 로컬 관광에 숨을 불어 넣다
  • 황은비 기자
  • 승인 2019.12.20 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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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칠성조선소, 나주의 나주정미소, 광주 호랑가시나무언덕
-70~100년 된 옛 건물 재생해 사람들 다시 찾는 장소로 탈바꿈
-단순 명소 아닌, 지역 관광 살리는 도시 재생 구심점으로 떠올라
여행객들이 앞다투어 찾는 속초 칠성조선소 전경. 이는 도시 재생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칠성조선소
최근 여행객들이 앞다투어 찾는 속초 칠성조선소 전경. 도시 재생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칠성조선소

속초 칠성조선소, 나주 나주정미소, 광주 호랑가시나무창작소. 지역은 다 다르지만, 이 세 곳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요즘 SNS 좀 하는 이라면 모를 리 없는 ‘힙플레이스’라는 것. 여행 중 꼭 한 번 가볼 만한 명소로 통한다. 또,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라는 점에서 같다. 각각 조선소, 정미소, 선교사 가옥으로 수십 년을 보내다 새로운 용도로 재탄생했다.

이 낡은 건물들의 변신은 현시점에서 도시 재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도시 재생’이라는 단어가 곳곳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 못쓰게 된 것에 다시 숨을 불어 넣는다는 ‘재생’의 의미를 생각하면, 그 뜻을 짐작할 수 있다. 인구 고령화, 이촌향도 등에 따른 지역 불균형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도시 재생은 주요한 정부 시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모든 사회 변화가 그러하듯 국가 및 사회적 차원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성과는 미미한 수준에 그쳐 왔다.

속초 칠성조선소는 70년 된 조선소 건물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전국구 명소로 거듭났다. ⓒ칠성조선소
속초 칠성조선소는 70년 된 조선소 건물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전국구 명소로 거듭났다. ⓒ칠성조선소

이 가운데, 지방의 낡은 건물이 전국적인 명소가 되고 어느새 지역 전체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놀라운 현상이다. 특히 속초의 칠성조선소는 요즘 전국구 명소다. 그야말로 새로운 레트로 ‘뉴트로’를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 사람들은 이곳에 가보고 싶어서 속초로, 강원도로 여행을 계획한다. 칠성조선소가 유명해진 것은 단순히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3대째 가업을 물려받은 스토리, 70년 된 낡은 건물, 지역 사회와의 협력이 모두 모여 지금의 칠성조선소가 됐다. 그 변화의 중심인 최윤성 대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 배를 만들고자 했으나, 경영난에 고민하다 오늘에 이르렀다.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조선소 건물에는 박물관과 카페,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생겼으며, 동시에 예전 배를 만들던 목수의 모습이 떠오를 만큼 대부분 조선소 공간을 보존했다. 칠성조선소는 문을 닫았지만, 최 대표는 운영 중인 보트 업체 ‘와이크래프트보츠’를 통해 가업의 맥을 이어갈 계획이다.

100년 된 나주정미소의 내외관. 시민과 여행객이 어우러진 문화 공간이 됐다. ⓒ문화콘서트난장
100년 된 나주정미소의 내외관. 시민과 여행객이 어우러진 문화 공간이 됐다. ⓒ문화콘서트난장

전남 나주의 100년 된 정미소 건물이 문화 공간으로 탄생한 나주정미소도 상징성을 지녔다. 호남 최초 정미소로 나주평야의 쌀이 생산되던 곳. 1920년 무렵 세워진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던 학생들의 거점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때의 붉은 벽돌 건물에 ‘나주정미소’ 이름 그대로 새 간판이 걸렸다. 대신 ‘정미소’는 정과 맛, 웃음이라는 의미도 담았다. 나주시와 나주시도시재생협의체가 손을 잡은 이 프로젝트는 총 4개 동으로 이루어진 정미소 건물을 각각 특성 있는 공간으로 꾸민다는 기획이다. 그 첫 번째 시도가 바로 광주 MBC<문화콘서트 ‘난장’>의 전용 공연장 ‘난장곡간’이다. 촬영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연, 전시도 진행된다. 세기를 넘긴 옛 건물이 시민과 여행객이 어우러져 소통하는 지역 명소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나주시는 내년 여름께 나머지 동에도 새로운 성격의 문화 공간을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신구의 조화가 엿보이는 양림동에서도 호랑가시나무언덕은 상징적인 명소다. ⓒ아트주
신구의 조화가 엿보이는 양림동에서도 호랑가시나무언덕은 상징적인 명소다. ⓒ아트주

마지막은 시인 김현승의 활동 무대이자 예술가들의 마을 광주 양림동이다. 지금 국내에서 손꼽히는 가장 멋스러운 동네. 화려하지 않지만 세련된 감각의 가게들이 오밀조밀 들어섰고, 자연히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져 왔다. 동네 주민과 예술가, 옛 건물이 만든 특유의 분위기도 한몫을 했다. 마을 위편에 자리한 호랑가시나무 언덕에는 오래된 서구식 건물들이 옹기종기 서 있다. 20세기 초 광주의 근대화를 도운 선교사들의 사택이다. 약 70년 된 이 건물들 중 일부는 2014년부터 예술 창작소와 숙박업소로 활용되고 있다. 사회적기업 ‘아트주’가 운영하는 호랑가시나무창작소와 게스트하우스가 그곳이다. 창작소는 예술가들이 집처럼 머물며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레지던스와 다양한 전시 공간으로, 게스트하우스는 누구나 예약을 통해 이용 가능한 객실로 꾸몄다. 옛것과 현대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끌어낸 동네의 특성을 그대로 담아 양림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렇듯 지역은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 속초, 나주, 광주의 경우 젊은 인력, 지역에 대한 이들의 애정, 예술과 문화, 사회적 협력이 고루 어우러진 좋은 예다. 또, 어느 때보다 국내 여행에 관심이 높은 요즘이다. 무엇보다 ‘레트로’의 바람을 타고 비로소 옛것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기 시작하면서, 오래된 것으로 가득한 로컬 사회는 어느 때보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밀레니얼 등 젊은층이 국내로 눈을 돌리고 있는 데다, 오버투어리즘, 지속 가능 여행 등이 글로벌 화두로 떠올라 도시보다 로컬을 선호하는 흐름까지 이어지는 추세여서, 앞으로 로컬의 변신은 더욱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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