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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 뿐일 여행] 남프랑스, 미식의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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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 뿐일 여행] 남프랑스, 미식의 나날
  • 여하연 기자
  • 승인 2020.01.17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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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배가 고플 틈 없이 먹어댔다. 프랑스 최초로 쿠킹 클래스를 만든 셰프에게서 쿠킹 클래스를 듣고, 엘리자베스 여왕과 피카소가 단골이었던 미쉐린스타 레스토랑에서 부드러운 어린 양고기를 즐겼다.
남프랑스 해안가 마을의 시장 여하연
남프랑스 해안가 마을의 시장에서 파는 신선한 올리브 ⓒ여하연

손님 초대하고,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프랑스 가정식 요리와 이탈리안 가정식 요리를 배운 적 있다. 미식의 나라로 손 꼽히는 두 나라지만, 요리법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이탈리안 음식은 손이 덜 가고, 재료 맛에 충실한 한 편, 프랑스 음식은 가정식이라도, 훨씬 많은 단계를 거친다. 가령, 해산물 요리를 예를 들어도, 이탈리안들은 오랜 시간 끓이지 않지만 프랑스에서는 오랜 시간 생선 육수를 내고, 그 육수에 다른 해산물을 넣고 또 끓인다.

요리를 좋아하는 프랑스 남자와 결혼한 후배의 집에 놀러간 적이 있다. 부엌의 오래된 그릇장 안에 놓여진 수많은 향신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많은 향신료들은 남편이 프랑스에서 요리할 때 사용했던 것들로 프랑스에서 직접 공수해온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요리는 고도로 발달된 조리법과 세련된 맛을 지녔다. 다양한 향신료와 수백 종류에 이르는 양념을 요리에 사용하여 요리하는 경우가 많다.

호텔 베라르의 주방에 놓여진 주방 기구들 ⓒ여하연
호텔 베라르의 주방에 놓여진 주방 기구들 ⓒ여하연
르네 베라르 셰프와 함께 만든 음식 ⓒ여하연 

그래서 곧 프랑스 여행=미식 여행 일 때가 많다. 인구가 몇 백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도 미슐랭스타 레스토랑이 버젓이 있는 나라가 바로 프랑스다. 프랑스 여행을 갈 때마다 배가 고플 틈이 없이 먹어댔는데, 2년 전 갔던 남프랑스 여행은 더 더욱 그랬다. 처음 이름을 들어본 작은 마을에서 대를 이어 음식을 만드는 미쉐린스타 셰프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프랑스 최초의 쿠킹클래스를 만든 셰프와 함께 하는 쿠킹클래스

마르세유에서 4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대도시 마르세유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프랑스 바르 Var 남서부에 위치한 라카디에르다쥐르 La Cadière-d’Azur는 옛 모습이 잘 보존된 중세 마을로 와이너리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높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일조량이 많고 공기가 맑아 고요한 분위기에서 힐링하기 좋은 마을로 5킬로미터 이내에 지중해 해변 마을 사나리쉬르메르가 있고, 프랑스인이 즐겨 찾는 도시 카시와 칼랑크 국립공원도 15킬로미터 거리로 멀지 않다.

이 곳에 위치한 베라르 호텔Hostellerie Bérard은 1969년에 오픈했다. 르네 베라르가 시작해 아들까지 2대째 가족 경영을 하고 있는 호텔로, 처음에는 작은 B & B 형태였으나 점차 규모가 커져 현재는 오래된 건물 3개에 35개 객실을 갖췄다. 프로방스의 가정집에 온 듯 전통 양식을 그대로 살린 것이 이 호텔의 콘셉트다.

해변 마을 사나리쉬르메르 ⓒ 여하연
해변 마을 사나리쉬르메르 ⓒ여하연
조용한 마을 풍경 ⓒ 여하연
평화로운 마을 풍경 ⓒ여하연

이 호텔이 유명한 것은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장프랑수아 베라르 때문이다. 오너이자 셰프인 르네 베라르가 11년 전 미쉐린 1스타를 획득한 후 아들 장프랑수아 베라르까지 미쉐린 1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호텔 레스토랑은 투숙객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비행으로 쌓인 피로를 저녁 식사를 하면서 달랬다. 아들 셰프인 장프랑수아 베라르는 ‘지중해 요리’에 꽂혀 있다고 했다. 엔다이브와 생호두가 들어간 샐러드로 시작하여 지역 특산물인 눈볼대(금태), 농어, 세바스트를 부야베스 스타일로 요리한 메인 디시와 오렌지 콩피를 곁들인 칼리송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디저트로 나왔다. 남프랑스의 다양한 치즈 플레이트와 카펠랑 로제 와인을 한 잔 마시니, 여독이 사라지는 듯했다.

다음 날 아침, 아버지 셰프인 르네 베라르와 함께 장을 보기 위해 이웃 마을인 사나리쉬르메르로 향했다. 셰프와 함께 시장을 보고 거기서 사온 재료로 요리하는 쿠킹 클래스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르네 베라르 셰프의 쿠킹 클래스는 남프랑스에서 매우 유명하다. 25년 전 프랑스에서 ‘쿠킹 클래스’라는 것을 처음 만든 셰프가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매주 수요일마다 셰프는 사나리쉬르메르 항구에 있는 전통시장에서 직접 장을 본다.

19세기에 지은 교회, 13세기에 지은 탑을 개조한 호텔 등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즐비한 바닷가 정취를 즐기느라, 본래의 목적을 잊을 뻔 했다. “오늘 잡은 생선만 판다”는 가게에서 눈볼대를 구매하고 옆 가게에서는 부야베스용 생선인 라스카스를 샀다. 가게마다 신선한 품목이 있기 때문에, 한 가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장을 본 후 쿠킹 클래스가 열리는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베라르의 차에 올라탔다. 차로 이동하는 내내 그는 서툰 영어로 계속 창밖의 풍경을 보라고 했다. 매일 보는 풍경에 질리지도 않는지, “정말 아름답지 않냐”며 창밖을 가리켰다. 20분 정도 지나 바스티드 데 사뵈르Bastide des Saveurs에 도착했다.

프랑스 최초로 쿠킹클래스를 만든 르네 베라르 셰프 ⓒ 여하연
프랑스 최초로 쿠킹클래스를 만든 르네 베라르 셰프 ⓒ여하연
르네 베라르 셰프와 만든 부야베스 ⓒ 여하연
르네 베라르 셰프와 만든 부야베스 ⓒ여하연

와이너리가 있는 전통 프로방스 양식으로 지어진 집에서 프로방스식 쿠킹 클래스를 시작했다. 셰프와 함께 재료를 다듬고, 썰고,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생선 비늘과 가시를 완벽하게 제거하고, 생선의 뼈와 살을 여러 번 끓이고, 팔이 아프도록 젓는 등 뭐 하나 생략하지 않은, 제대로 된 쿠킹 클래스였다. 3시간 가까이 준비한 끝에 프로방스 사람들이 즐겨 먹는 마늘과 올리브 퓌레로 만든 앙쇼야드, 아귀와 눈볼대, 라스카스로 만든 부야베스 스타일의 생선 수프, 대구 퓌레, 과일 소르베 등 시간과 정성이 듬뿍 들어간 음식들이 완성됐다. 프로방스의 햇살을 맞으며 직접 만든 요리와 함께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음식뿐 아니라 프로방스의 삶을 음미한 순간이었다.

라 페니에르의 나디아 사뮈 셰프 ⓒ 여하연
라 페니에르의 나디아 사뮈 셰프 ⓒ여하연

세계에서 첫 번째로 지정된 글루텐 프리 미쉐린 레스토랑

두 번째로 향한 도시는 루르마랭이다. 카피라이터였던 피터 메일이 프로방스 시골 마을로 내려가 1년간 생활하면서 쓴 <나의 프로방스>의 배경이 바로 뤼베롱의 작은 마을 루르마랭이었다. 소박하고 유쾌한 프로방스 적응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프로방스식 삶에 대한 로망을 불러일으켰다.

루르마랭의 라 페니에르La Fenière는 숙박 시설과 레스토랑을 갖춘 프랑스 전통 오베르주 스타일의 숙소다. 남프랑스의 가정집처럼 편안하면서도 개성 있는 객실과 미쉐린 1스타를 받은 레스토랑까지 갖춘 것이 강점이다.

헤드 셰프인 렌니 사뮈Renie Sammut는 글루텐 프리 요리의 개척자로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딸을 위해 글루텐 프리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건강하고 맛도 훌륭한, 모두에게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 그녀의 모토로, 렌니는 여성 최초 미쉐린 스타 셰프이면서 라 페니에르는 세계에서 첫 번째로 지정된 글루텐 프리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다.

저녁 식사에 앞서 그녀의 딸 나디아 사뮈Nadia Sammut 셰프의 글루텐 프리 요리 시연이 있었다. 글루텐이 함유되지 않은 쌀가루, 콩가루, 견과류 가루, 글루텐 프리 시리얼과 채소를 이용한 건강 음식을 직접 만들어주었다. 저녁 식사는 피스타치오 브라우니와 푸아그라를 넣은 토끼고기, 버베나 라임이 들어간 마시멜로와 딸기 수블레 쿠키를 디저트로 먹었다. 디저트까지 남기지 않고 먹었는데 뼛속까지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레보 드 프로방스 ⓒ 여하연
레보 드 프로방스 ⓒ여하연
레보드프로방스의 명물 레스토랑 ⓒ 여하연
레보드프로방스의 명물 보마니에르 호텔의 레스토랑 ⓒ여하연

엘리자베스 여왕과 피카소의 단골 레스토랑

레보드프로방스 Les Baux de Provence 는 인구 400여명이 사는 작은 성곽 마을이다. 꾸불꾸불한 산길을 지나 우뚝 솟은 바위산에 자리 잡은 성곽 마을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웅장한 채석장 한가운데 만들어진 동굴 전시장 카리에르 드 뤼미에르 Carrières de Lumières. 넓이 6000제곱미터, 높이 14미터의 채석장에는 반 고흐, 폴 고갱, 히에로니무스 보스, 피터르 르뤼헐 등 거장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거대한 채석장, 어둠 속에서 거대한 빛이 쏘아지고, 엇갈린 채석장 벽에 거장들의 작품이 가득 차는 모습은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다.

이 작은 마을의 명물이 또 하나 있는데 보마니에르(Baumaniere) 호텔이다. 보성 아래에 있는 5성급 호텔로 1961년에 레이몽 튈레르Raymond Thuiler가 오픈했다. 현재는 레이몽의 손자 장 앙드레 샤리알Jean André Charial이 운영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찰스 황태자, 엘리자베스 테일러, 샤갈, 피카소 등이 묵었던 이 호텔 때문에 레보드프로방스가 알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샤리알은 호텔 오너이자 우스토 드 보마니에르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의 셰프이다. 레스토랑에는 그의 할아버지 레이몽이 장 콕토, 피카소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프로방스에서의 마지막 만찬은 샤리알의 음식들로 차려졌다.

장 앙드레 샤리알 셰프 노중훈
장 앙드레 샤리알 셰프 ⓒ노중훈

지역 특산 올리브부터 시작해, 앙트레로 눈볼대 무스, 메인 요리로 안초비와 마늘을 발라 구운 어린양이 나왔다. 양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어린양에게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로 부드러웠다. 음식마다 다른 빵이 나오는데, 음식과 빵의 마리아주가 이 레스토랑의 특징이다. 와인 창고에는 6만 병의 와인이 보관되어 있다(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와인을 보유하고 있다). 셰프가 추천하는 와인을 안 마실 수 없었다. 교황이 마셨다는 와인 샤토네프 뒤 파프를 땄다. 그 날 밤은 교황도, 엘리자베스 여왕도 샤갈도 부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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