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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구역, 자금성 문턱을 넘어선 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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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구역, 자금성 문턱을 넘어선 벤츠
  • 황은비 기자
  • 승인 2020.01.29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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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SNS에 올라온 자금성 여행 사진 한 장이 중국 전체를 발칵 뒤집었다. 사진 속에는 베이징 자금성을 배경으로 고급 벤츠 차량에 기댄 한 여성이 친구와 함께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다.
논란이 된 자금성 내 벤츠 차량과 인물의 사진 ⓒ웨이보
논란이 된 자금성 내 벤츠 

과연 이 사진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무엇일까? 인물? 자동차? 장소? 문제는 이 세 가지가 한 곳에 있다는 것이다. 자금성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만리장성과 더불어 중국의 대표 문화재이며, 출입 통제가 엄격하다. 특히 차를 타고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 앞서 방문했던 해외 국빈들도 입구에서부터 걸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 여성은 버젓이 자신의 벤츠를 타고 자금성 성문을 넘은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은 "월요일(휴관일)에 오니 인파가 없어 마음껏 둘러볼 수 있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은 자금성 휴관일이 이런 특권층을 위한 것이었냐며 비난의 글을 쏟아냈다. 해당 여성은 전직 승무원 출신의 ‘훙산다이(紅三代)’였다. 이는 중국 혁명 원로의 자녀나 그들의 배우자를 뜻하는 말이다.

자금성은 차량 출입이 엄격히 통제돼 해외 국빈들도 입구에서 걸어서 방문했다. ⓒPixabay
자금성은 차량 출입이 엄격히 통제돼 해외 국빈들도 입구에서 걸어서 방문했다. ⓒPixabay

자금성이라는 명칭은 ‘천제가 사는 금지된 구역’이라는 의미다. 정식 명칭 고궁박물원이 있지만, 여전히 옛 이름 자금성으로 더 유명하다. 중국, 그리고 베이징의 여행과 문화를 이야기할 때, 자금성은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추가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휴관일 자금성에 차량이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무려 스무 대 이상의 차량이 한 번에 주차하고 찍은 사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산하 매체가 고궁박물원 측의 철저한 조사와 해명을 요구했으며,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중국 감찰기구에 고궁박물원장을 고발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에 고궁박물원 측이 SNS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으며, 해당 여성 역시 SNS(웨이보)의 글과 사진을 삭제한 상태다.

중국 내 특권층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에는 병원 응급통로를 가로 막은 롤스로이스 차량이 특권층 소유로 밝혀지며 동영상 파문을 낳기도 했다. ‘금지된 구역’을 넘어선 특권 의식. 국가의 얼굴이라 할 만한 자금성에서 벌어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고대 건축물인 자금성은 빠르게 걸어도 몇 시간으론 부족할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량 출입을 엄격히 금하는 자금성을 부지런히 걸어 여행한 여행객들에게도 이번 논란은 꽤 황당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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