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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책방1] 교토의 자부심, 케이분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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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책방1] 교토의 자부심, 케이분샤
  • 여하연 기자
  • 승인 2020.02.12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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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세계 베스트 10 서점중 하나인 교토의 ‘케이분샤 이치조지점’ 은 교토에 간다면 꼭 들러보아야할 곳이다.
영화 '더북샵' 포스터
영화 '더북샵' 포스터

오래전 ‘The Book Shop’이란 제목의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여주인공인 플로렌스가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인 하드보로에 들어와 서점을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를 담았다. 유감스럽게도 새드엔딩으로 끝났지만 제목에 이끌려 영화를 보는 동안 문득, 한적한 곳에서 ‘서점’을 운영하면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독립서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의외로 독립서점들이 있는 곳 주변은 도보로 여행하기 좋을 만큼의 풍경과 예쁜 상점, 맛집, 갤러리, 작가들의 스튜디오들이 밀집한 곳이기도 해서 여행지로 추천하기에도 좋다.

교토의 서점 '케이분샤' ​교토의 '케이분샤' 내부 ⓒ 구민주​
교토의 서점 '케이분샤' ​ⓒ이정현

교토의 자부심 '케이분샤' 

서점 홍보를 하며 세일즈와 마케팅 전문가로 25년 넘게 출판업계에서 일한 로덜드 라이스는 ‘나의 아름다운 책방(원제: My Bookstore)’이란 이름의 책을 펴냈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에 밀려 좀처럼 홍보하기 어려운 책들을 열심히(!) 홍보하던 그가 작가들이 기억하는 서점들을 찾아내 기고를 받고 엮어낸 책이다. 이 책의 서문을 쓴 리처드 루소도 생애 최초로 들른 서점이 ’앨보드앤드 스미스(Alvord and Smith)’란 이름의 뉴욕 서점으로 어둡고 여름에도 시원한 그 서점이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에게 익숙한 공간이라고 회고한다. 누구에게나 그런 동네 서점은 하나쯤 있을 것 같다.

도서정가제가 시작되기 전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던 서점들이 어느 순간 우리 동네, 관광지에서 하나씩 생겨나고 있다. 대형서점의 가격경쟁에 밀려서 그리고 학습지위주로 판매하지 않으면 도저히 순익을 맞출 수 없었던 탓에 사라졌던 서점들이 자신들만의 북큐레이션으로 단장하고 나타나고 있다. 요즘같은 불황에 서점이 견뎌낼까 걱정도 되지만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열렬히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서점들은 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얼마전 여행길에 만난 교토의 ‘케이분샤 이치조지점’. 2008년 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세계 베스트 10 서점중 하나라고 해서 유명세를 탄 서점이다. 한가롭게 1량짜리 노면전철이 다니는 한적한 동네, 이치조지. 카모메 식당같은 가정식 백반집과 베이커리샵, 카페 등이 길게 늘어서 있다. 언뜻보면 평범한 동네인데 그런 뜬금없는 곳에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특이한 그림 간판을 단 서점이 있다.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서점 내부 ⓒ 구민주​
아날로그적인 분위기의 서점 내부 ⓒ이정현

간판 아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리빙샵같은 분위기의 소품 진열대가 자리하고 라이프스타일 북 등이 시선을 끈다. 서점인줄 알았는데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오른쪽에 있는 계산대에선 손님과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하면서 책을 포장하는 점원이 보인다.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한다. 내부 사진촬영이 금지라는 마크를 보고 다가가 ‘서점’에 관한 취재를 하고 그에 관한 글과 그림을 그린다고 소개하니 잠시 망설이다 촬영을 허락했다.

라이프스타일숍처럼 다양한 소품과 문구도 판매한다. ​ⓒ 이정현​
라이프스타일숍처럼 다양한 소품과 문구도 판매한다. ​ⓒ이정현​

전부 3구역으로 나뉘어진 서점은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흘러갈수록 재미있는 디스플레이로 서점의 면모를 드러낸다. 마치 일본책을 읽는 것 같은 순서다. 책이 집중적으로 진열된 중앙 공간은 나무로 만든 선반과 테이블로 꾸며졌는데 전부 앤틱가구들이었다. 게다가 삐걱거리는 나무바닥. 유리 진열장안에 전시한 미니어처 북과 문구 소품들. 이런 멋진 조화는 정말 반칙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늑하고 오래된 느낌, 아날로그 정서가 순서없이 훅 다가온다.

미니어처 북 ​ⓒ 이정현​
미니어처 북 ​ⓒ이정현​

가져온 스마트폰을 슬그머니 주머니에 넣고 책들을 샅샅이 훑어보게 된다. 이 서점만의 북큐레이션을 살펴보자니 약간은 여성취향적이다. 디자인 북은 마침 패션 일러스트책들을 모아놓았는데 디올, 샤넬, 랑방 등의 스케치 북들이었지만 소장욕심이 날 만큼 예쁜 책들이 많았다. 루이스 브르조아의 전기와 화집, 전시도록도 눈에 띈다. 그리고 문고판 서적칸엔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만과 편견은 물론, 엠마 등 친숙한 제목들이 눈에 띄어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들이어도 예쁜 책표지에 홀릭되서 구매할 것 같다.

츠타야처럼 군데군데 생활소품을 진열해서 판매하고 있었지만 오로지 책에 시선이 집중하도록 그 선을 넘지 않는 진열방법이 마음에 들었다. 일본에서 인상파 그림들을 볼 수 있는 갤러리, 일본의 섬마을 여행 등 번역본이 있음 좋을 것 같은 책들도 들춰보고 아이들 그림동화책들도 살펴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함께 진열된 문구들도 수준높은 안목이 돋보였고 바로 옆으론 갤러리와 카페까지 연결되어 이곳 하나만 보더라도 제법 훌륭한 교토여행코스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LOCATION Kyoto, Sakyo Ward, Ichijoji Haraitonocho, 10

WEB www.keibunsha-books.com

케이분샤 서점 스케치 이정현
케이분샤 서점 스케치 ⓒ 이정현

 

글 구민주

현재 미국 USC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으로 짬날 때마다 도시를 여행하며 독립서점을 방문하고 기록하듯 글을 쓰고 있다. 근간 국내외 독립서점 관련 서적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림∙사진 이정현

월간 ‘뚜르드몽드’와 ‘트래블앤컬처’ 여행잡지 창간 편집장으로 전세계 1천여 개 도시를 여행했다. 네이버해피빈 재단 근무를 끝으로 지금은 여행 관련 글과 그림에 열중하며 출판 기획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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