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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처럼(as if) 여행 이야기 ⑦ 세계의 이색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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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처럼(as if) 여행 이야기 ⑦ 세계의 이색 기차 
  • 오내영
  • 승인 2020.11.18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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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영화 속, 소설 속,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이색 기차에 올라 색다른 이야기 여행을 즐겨보자.
눈으로 읽는 것만으로도 줄거리가 짜지는 랜선 기차 여행 속으로.
설원 위 기차 풍경_pixabay
설원 위 기차 풍경_pixabay
핑시선_pixabay
스위스 글래시어 익스프레스_pixabay
대만 핑시선Puffing Billy
대만 핑시선Puffing Billy

차창 밖으론 세계 각국의 장대한 풍경이 흐르고 여러 개의 찻간을 길게 이어 놓은 기차 안에선 차량의 숫자만큼 이야기가 샘솟는다. 때론 두툼한 역사책처럼 때론 한 편의 동시처럼 여행자의 감성을 쥐락펴락하는 세계의 이색 기차.

1. 남미 최초의 럭셔리 야간 열차, 
벨몬드 안데안 익스플로러(Belmond Andean Explore)

남미 최초의 럭셔리 야간 열차가 2017년 페루에 새로운 루트를 뚫었다. 페루의 전통 문양에서 영감을 받아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제작된 이 열차는 쿠스코에서 아레키파까지 해발 4,800m에 이르는 안데스 산맥의 광활한 풍광 속을 누빈다. 고대 잉카제국의 수도인 쿠스코, 푸노의 보석 티티카카 호수와 우로스섬,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아레키파 등 경이로운 대자연과 신비로운 고대 왕국이 수시로 눈 앞에 펼쳐진다. 현재 벨몬드 안데안 익스플로러는 총 4개의 노선을 운행 중이다. 쿠스코에서 티티카카 호수를 지나 아레키파로 향하는 ‘페루비안 하이랜즈’와 그 반대 방향으로 도는 ‘안데안 플레인스 &아일랜즈 오브 디스커버리’, 쿠스코와 푸노를 연결하는 ‘스피릿 오브 더 워터’와 ‘스피릿 오브 더 안데스’가 그것이다.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대표적인 노선은 2박 3일간 열차 객실에서 페루의 자연 절경과 이색적인 문화를 모두 만끽할 수 있는 페루비안 하이랜즈. 객실 내 욕실 외에도 고급 스파 공간을 따로 갖췄으며, 다이닝 공간에서 페루의 제철 요리와 주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2. 고양이 마을에서 대나무 마을까지, 
대만 핑시선(Pingxi Railway)

100년 전, 타이페이 동쪽 산기슭은 대만 최고의 석탄 생산지로 성업 중이었고, 핑시선은 이 일대를 오가는 주요한 운송 수단이었다. 1990년대 이후 탄광업이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핑시선이 통과하던 산골마을은 옛 정취를 간직한 독특한 감성의 관광 명소로 바뀌었고, 핑시선 기차 역시 광부들 대신 여행자들을 태우고 칙칙폭폭 달리고 있다. 핑시선은 총 12.9km로 과거 탄광촌이었던 산골 마을들이 12개의 간이역으로 연결돼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은 고양이 마을로 유명한 허우통, 풍등을 날리며 소원을 비는 아기자기한 간이역 스펀,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또 다른 천등 명소 핑시, 핑시선의 종착역인 대나무 마을 징통 등이다. 타이페이 기차역에서 원데이 패스를 구입하면 핑시선의 낭만도 하루종일 무제한이다.

3. 로키 산맥을 가로지르다, 
비아레일 캐나다 횡단 열차(VIA Rail Canada)

캐나다 국영열차 ‘비아레일’ 중 인기 열차는 차창 밖으로 빙하를 품은 로키 산맥의 위용, 시리도록 맑은 호수, 드넓은 태평양 해안 등 스케일이 다른 절경이 시리즈로 펼쳐지는 캐나다 횡단 열차다. 서부 밴쿠버와 동부 토론토를 잇는 이 열차는 약 4,500km를 3박 4일 동안 달린다. 이중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구간은 로키의 심장부인 재스퍼 국립공원을 통과하는 밴쿠버에서 에드먼턴까지의 1박 2일. 좌석은 프레스티지와 슬리퍼 플러스, 그리고 이코노미 클래스로 나뉜다. 가장 일반적인 침대 객실은 슬리퍼 플러스로 1인실과 2인실, 침대칸(문 대신 커튼이 달린 객실)으로 이뤄져 있다. 프레스티지는 슬리퍼 플러스의 고급 버전, 이코노미 클래스는 침대가 제공되지 않는 일반 좌석이다. 열차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돔 형태의 유리로 뒤덮인 전망 차량이다. 한겨울엔 로키의 눈발이 유리 돔 위로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는 감각적인 장관이 선물처럼 펼쳐진다.

4. 논스톱 아프리카 여행, 
숑고롤로 익스프레스(Shongololo Express)

아프리카 초원을 가로지르는 열차를 타고 수평선 너머 이국적인 풍광에 몸을 맡기는 것. 모험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여행의 모습이다. 그 환상을 실현시켜줄 럭셔리 침대 열차가 바로 숑고롤로 익스프레스. 남아공 프리토리아에 기반을 둔 열차로 나미비아와 스와질랜드, 모잠비크, 짐바브웨 등 남부 아프리카의 주요 국가를 넘나들며 기차 여행과 사파리 투어를 결합한 서비스를 운영한다. 한 번에 탑승 가능한 최대 인원은 27명. 각각 더블 또는 트윈 침대가 딸린 객실에서 노선에 맞는 여정을 만끽하면 된다. 2개의 식당칸을 오가며 현지 전통 음식과 현대적인 요리를 남아공산 고급 와인과 함께 즐겨도 좋다. 야외 발코니가 있는 열차 끄트머리의 전망칸에서 아프리카 대자연을 온몸으로 마주하다 보면, 최대 15일에 달하는 긴 여정도 눈 깜짝할 새 지나갈 거다.

5. 반전매력의 달팽이 특급 열차, 
스위스 글래시어 익스프레스(Glacier Express)

스위스는 알프스 산맥을 비롯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공기 오염 없이 깨끗이 보존하기 위해 오랜 세월 철도 문화를 장려하고 발전시켜왔다. 매일 9,000대의 기차가 3,000km의 철길 위를 오가는 철도왕국 스위스엔 여행자의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이색 기차도 많다. 이중 ‘세상에서 가장 느린 특급 열차’라 불리는 반전 매력의 ‘글래시어 익스프레스’를 빼놓을 수 없다. 이름은 특급이지만 실제로는 평균 시속 37km로 달리는 그야말로 달팽이 열차다. 이 느린 속도 덕분에 승객들은 반짝이는 은빛 봉우리, 너른 숲과 목초지, 산간의 급류와 계곡 등 알프스의 그림 같은 필모그래피를 소요하듯 여유롭게 만끽할 수 있다. 탁 트인 파노라마 창이 설치된 글래시어 익스프레스의 감각적인 여정은 동계 올림픽 발상지인 생모리츠의 엥가딘 계곡에서 마테호른의 위용이 살아 숨 쉬는 체르마트까지다. 소요 시간은 8시간 3분이다.

6.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증기 기관차, 
퍼핑 빌리(Puffing Billy)

해발 633m의 나지막한 단데농 산중에 100년 전의 증기가 아직도 ‘퍼핑퍼핑’ 하고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곳이 있다. 총 25km 구간을 운행하는 이 증기기관차는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의 모티브가 된 동화 속 열차 ‘퍼핑 빌리’다. 연중 하루, 크리스마스만 제외하고 운행하는 부지런한 기차다. 1900년 12월 18일 화물과 가축을 운송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통했으나, 1953년 대규모의 산사태로 인해 폐쇄됐다가 멜버른 시민들의 애정으로 1998년 10월에 재오픈했다. 뻥 뚫린 창문에 걸터앉아 손에 닿을 듯한 평화로운 호주의 시골길을 달리면 누구라도 추억이 오버랩된다.

7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 열차

바다마저 얼어붙는 추운 나라 러시아가 그토록 꿈꾸던 부동항이 바로 블라디보스토크였다. ‘동방의 정복자’라는 이름처럼 러시아 해군의 극동사령부가 위치한 군항이자 북극해와 태평양을 잇는 무역항으로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100여 년 동안 광활한 시베리아 초원로의 대동맥 역할을 한 시베리아 횡단 열차(TSR)의 출발역도 블라디보스토크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해 러시아 극동 지방의 대표 소도시 하바로프스키, 바이칼 호수를 품은 이루쿠츠크, 시베리아 서쪽에 자리한 옴스크 등 시베리아 평원을 가로질러 모스크바로 향하는 이 열차의 운행 거리는 무려 9,288km에 이른다. 001번과 099번 두 종류의 열차가 있고, 객실은 1등석에서 3등석까지 있다. 6박 7일 동안 거쳐 가는 정류장은 총 60개. 가을이면 금빛으로 물든 대평원의 손짓에, 겨울에는 온통 눈으로 뒤덮인 웅장한 대륙의 시간에 압도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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