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3-11-20 10:15 (월)
[이해열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찌개 & 제육볶음 노포, 굴다리식당
상태바
[이해열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찌개 & 제육볶음 노포, 굴다리식당
  • 글∙사진 이해열
  • 승인 2021.04.04 18: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굴다리식당의 메뉴 중 첫손 꼽는 김치찌개는 새콤한 첫맛이 입맛을 확 올려주고 끝은 살짝 단맛이 느껴진다.
여기에 육수의 풍미와 돼지기름의 고소함이 곁들여져 각각의 맛이 어느 하나 넘치지 않고 적절하게 어울린다. 
‘수요미식회’, ‘SBS-TV 맛 대 맛’ 등 유수의 맛집 프로그램에 여러 번 소개된 굴다리식당의 푸짐한 김치찌개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위로가 되어주는 소울푸드 중 하나인 김치찌개. 잘 익은 김치로 칼칼하게 끓여낸 김치찌개 한 그릇이면 밥 한 공기는 눈 깜짝할 새에 비워내는 밥도둑이다. 주로 김치에 돼지고기와 참치통조림, 혹은 꽁치를 넣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김치찌개는 퇴근길 한잔을 부르는 대표 메뉴이기도 하다.

일 년 365일 빠짐없이 식탁에 오르는 김치가 보편적인 음식이기에 김치찌개는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흔해서 특별한 것 없는 메뉴로도 보인다. 그러나 중독성이 있을 정도로 특별한 김치찌개 맛집은 그 맛으로 인해 저절로 미식가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40년 동안 맛을 이어와 맛집으로 소문난  굴다리식당 별관 입구
40년 동안 맛을 이어와 맛집으로 소문난 굴다리식당 별관 입구

서울 3대 김치찌개 맛집 중 한 곳으로 불리는 굴다리식당은 경원선 마포 굴다리 밑에서 일하던 공사장 인부들이 끼니를 해결하던 식당으로 시작했다. 당시 간판도 없이 굴다리 식당으로 불리던 것이 이제 어엿한 유명 식당 이름이 됐다.

굴다리식당의 주메뉴는 돼지 목살과 다리 살로 만든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이다. 종종 서비스로 등장하던 계란말이는 인기를 끌어 아예 넉넉한 양을 자랑하는 단품 메뉴가 됐다.

 

돼지 목살과 다릿살을 큼직하게 썰어 푹 끓이고 지진 김치찌개와 제육볶음. 모든 재료가 다 국내산이다. 

굴다리식당은 현재 창업주인 어머니가 운영하는 본점과 아들 이강우 대표가 운영하는 별관의 두 개 식당으로 나뉘어 있다. 본점 건물이 재개발로 철거할 위기에 처하자 부근의 건물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건물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얻어놓은 가게를 놀릴 수가 없어 직장을 다니던 이강우 대표가 운영을 맡아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본점은 원래대로 김치찌개와 제육볶음, 달걀말이만 주문할 수 있다. 별관은 주메뉴 외에 생오겹, 생갈매기살, 왕갈비, 고추장삼겹살 등 고기 메뉴를 덧붙여 선택의 폭을 조금 더 넓혔다.

본점과 별관 두 곳 모두 식당 외관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밥집이다. 주메뉴인 김치찌개 집임을 알리는 큰 간판 외에는 달리 눈에 띄는 것도 없지만 쉽다면 쉬운 요리 김치찌개만으로 40여 년의 세월 동안 마포 도화동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결같이 옛맛을 고집하는 이강우 대표가 홀서빙을 하고 있다.
한결같이 옛맛을 고집하는 이강우 대표가 홀서빙을 하고 있다.

높은 빌딩들이 즐비한 마포, 공덕동 일대 사무실에서 쏟아져 나오는 샐러리맨들이 주 고객이다. 점심시간이면 간발의 차이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므로 아예 늦게 가거나 아니면 조금 빨리 가야만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큼 손님이 많다.

‘수요미식회’, ‘SBS-TV 맛 대 맛’ 등 유수의 맛집 프로그램에 여러 번 소개된 굴다리식당의 메뉴 중 첫손 꼽는 김치찌개는 새콤한 첫맛이 입맛을 확 올려주고 끝은 살짝 단맛이 느껴진다. 여기에 육수의 풍미와 돼지기름의 고소함이 곁들여져 각각의 맛이 어느 하나 넘치지 않고 적절하게 어울린다. 

 

아낌없이 퍼주는 굴다리식당의 김치찌개는 50인분씩 한번에 끓여내 손님상으로 나간다.
아낌없이 퍼주는 굴다리식당의 김치찌개는 50인분씩 한번에 끓여내 손님상으로 나간다.

김치찌개는 50인분씩 미리 끓여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널찍한 스테인리스 그릇에 한가득 담아내니 바쁜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큼지막하게 썬 돼지고기와 먹음직스럽게 어울린 묵은지 그리고 살짝 기름 낀 빨간 국물이 입맛을 돋운다. 고소한 돼지고기와 새콤한 묵은지를 척하니 올린 밥에 김을 한 장 올려 한입에 먹고 찌개 국물까지 한 숟갈 뜨면 그 맛의 어울림이 조화롭다.

요리연구가 홍신애 씨는 수요미식회에서 인위적인 단맛은 나지만 사골 국물이 중심을 잡아줘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두툼한 비계와 살이 어우러져 씹는 맛이 일품인 제육볶음

투박하게 썰어 요리한 제육볶음 또한 두툼한 비계와 살이 어울려 씹는 맛이 예술이다. 매콤하면서 달짝지근한 양념이 고기에 잘 배어 있는 비계는 특유의 아삭거림이 느껴지고 살코기는 퍽퍽함 없이 고소하다. 또 같이 붙어 있는 껍데기는 특유의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칼칼하게 고기의 맛을 더해주는 매콤한 양념에 쓱쓱 밥을 비벼 먹으면 또 하나의 별미다.

일단 주문을 하면 바로 차려지는 듬뿍 쌓아 올린 밥과 하나같이 맛있는 계란말이, 생선조림, 계절 나물 등의 밑반찬에서도 굴다리식당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종종 서비스로 등장하던 계란말이는 인기를 끌어 아예 넉넉한 양을 자랑하는 단품 메뉴가 됐다.

굴다리식당 별관의 이강우 대표는 ‘굴다리삼합’을 꼭 맛보길 권한다. 술안주로 딱인 굴다리삼합은 별도 메뉴가 아닌 상에 올려진 음식을 조합해서 먹는다. 늘 상에 올려지는 기름에 살짝 잰 김에 제육볶음 한 점과 김치를 올려 한번에 먹으면 고소한 감칠맛이 입안을 가득 메운다. 

 

기름에 살짝 잰 김에 제육볶음 한 점과 김치를 올리면 고소한 감칠맛이 배가 된다. 이른바 '굴다리삼합'이다.

45년 전통을 지닌 노포도 코로나19의 파고를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점심시간은 물론 저녁때도 늘 대기 줄이 이어지던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임대료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고민 끝에 맛이 달라질 것을 우려해 절대 프렌차이즈는 열지 않겠다는 원칙을 수정, 작년 6월부터 서초동 교대 부근에 배달 전문매장을 열었다. 손맛 있는 노포의 힘이 발휘돼 두 달 만에 자리를 잡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50인분을 한번에 끓여내는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매장에서 먹는 것이 걱정된다면 포장을 주문해도 된다. 이때 제육볶음을 매장에서처럼 맛있게 먹으려면 물을 3분의 1컵쯤 붓고 달달 볶아주면 된다고 맛 팁을 알려준다. 

 

[굴다리식당 정보]
○ 영업시간
(본점) 오전 7시~오후 10시
(별관) 오전 10시~오후 10시

○ 본점과 별관 공통 메뉴(모두 국내산) 
김치찌개 8,000원
제육볶음 11,000원
계란말이 10,000원

○ 별관에서만 판매하는 고기 메뉴(모두 국내산) 
생오겹 200g 13,000원
생갈매기 200g 13,000원
왕갈비 200g 13,000원
고추장삼겹살 200g 13,000원

○ 위치와 연락처
(본점) 서울 마포구 새창로 8-1. 02-712-0066
(별관) 서울 마포구 새창로 48-8. 02-706-0323

○ 주차
(본점) 굴다리식당 부근 경보주차장(유료)
(별관) 굴다리식당 1분 거리인 도화동 주민센터 공용주차장(유료)

 

 

이해열
현 더피엠파트너스 대표.
<일요신문>과 <월드트래블> 기자였으며, <서울 맛집 600> 집필,  <전성기>에 전국 둘레길 맛집을 기고했다. 

당신만 안 본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