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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마실, 人∙空∙店] ② 독립서점 사각사각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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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마실, 人∙空∙店] ② 독립서점 사각사각책방
  • 글・사진 이장숙
  • 승인 2021.05.25 10: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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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일상을 잃고서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꿈 속에서나 그리는 먼 곳으로의 여행 대신에 손 뻗으면 닿는 지금, 여기의 사람∙공간 그리고 상점 이야기. 작고 소소한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동네 마실에는 언제나 사람이 풍경처럼 따라온다

삶을 위로하는 필사 그리고 사람

의왕시 사나골길에 위치한 사각사각책방. 모락산과 백운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사계절의 자연을 빛과 소리로 마주할 수 있다.
의왕시 사나골길에 위치한 사각사각책방. 모락산과 백운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사계절의 자연을 빛과 소리로 마주할 수 있다.

어릴 적 서툰 솜씨로 연필을 깎곤 했다. 단단한 몸체 위에 칼날을 대고 밀고 잡아당기는 돌려깎기를 반복하다 보면 서서히 드러나는 연필의 속살과 흑심. 켜켜이 쌓인 연필의 잔해 위에 심을 대고 사각사각 연마의 과정을 거치고서야 비로소 한 자루의 연필이 손에 쥐어졌다. 경건한 수행과도 같았던 연필 깎기를 마친 뒤 하얀 종이 위에 경쾌하게 또는 묵직하게 글자를 썼다. 사각사각!

누군가는 난데 없이 추억 타령이냐고 타박 할 수도 있겠지만, 독립서점 사각사각책방은 그런 끌림으로 다가왔다. 삶의 속도전은 조금 미뤄두고 마음의 켜를 사각사각 벼리는 공간, 사각 베어 문 과일처럼 일상 속 타들어 가는 목마름을 해소하는 공간 말이다. 삶의 온갖 사각사각 소리의 결을 더듬으며 책방 안으로 들어섰다.

운치 있는 목조계단을 따라 2층으로 가면 편안한 미소를 품은 방지운 대표를 만날 수 있다.
운치 있는 목조계단을 따라 2층으로 가면 편안한 미소를 품은 방지운 대표를 만날 수 있다.
서가에는 방 대표가 마음으로 읽은 책과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책들이 정갈하게 정리돼 있다.
서가에는 방 대표가 마음으로 읽은 책과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책들이 정갈하게 정리돼 있다.

역시 여느 서점과는 다르다. 목조주택의 나무계단을 올라 마주한 65㎡ 남짓의 공간은 의왕의 모락산과 백운산의 푸른 생명력이 가득하다. 벽면을 꽉 채운 창문의 사각 프레임은 빛으로 소리로 계절의 흐름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 누구든 차 한 잔 앞에 두고 책을 읽고, 계절을 느끼며 몇 시간이고 앉아 있을 수 있습니다.” 풍경에 감탄하는 기자에게 서점 주인장 방지운 대표가 말했다. 그러다 외로워 질 때면 손님과 주인장은 오래된 친구처럼 일상사를 나누기도 하고, 그러다 또 마음이 맞으면 주인장은 책방 문을 잠시 걸어두고, 손님과 함께 산책길에 나서기도 한단다.

책방을 찾는 이들은 빛과 소리가 가득한 사각 창문 프레임을 앞에 두고 책을 읽고, 차 한 잔을 마시고, 마음에 드는 문구를 옮겨 적으며 지친 마음을 쉬어간다.
책방을 찾는 이들은 빛과 소리가 가득한 사각 창문 프레임을 앞에 두고 책을 읽고, 차 한 잔을 마시고, 마음에 드는 문구를 옮겨 적으며 지친 마음을 쉬어간다.
원고지에 꾹꾹 눌러 적은 한 귀절과 마음을 담아 찍은 들꽃 스템프

평범한 듯 비범한 방 대표가 책과 깊은 인연을 맺은 것은 2년 전. 오랜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빨강장화북클럽’이란 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이곳에서 그는 서점 주인장을 꿈꾸기 시작했고, 그 첫 출발점이 ‘경기서점학교’에서 진행하는 서점창업 수업이었다. 5주 교육을 마친 수료식 단상에 올라 ‘저는 서점을 열 겁니다’라고 선언한 출사표가 씨앗이 된 걸까? 꿈의 싹을 틔울 수 있는 기회가 곧바로 주어졌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창업자 공모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정부의 창업지원금을 받게 된 것. 5개월에 걸친 이론수업과 점포 체험을 마친 뒤 발품을 팔아 의왕 사나골에 자리를 잡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여. ‘자신이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방 대표는 책으로 인연을 맺은 지인들이 있어서 끝까지 힘을 낼 수 있었단다. 특히 경기서점학교 동기들과 의기투합해서 만든 스터디 그룹 ‘책사공(책으로 사람과 공간을 잇다)’은 다양한 행사를 함께 진행하며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편안한 웃음이 인상적인 사각사각책방의 주인장 방지운 대표.
편안한 웃음이 인상적인 사각사각책방의 주인장 방지운 대표.

사람의 힘, 그 어마어마함을 알기에 방 대표는 ‘사각사각 책방’의 중심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서점의 콘셉트 또한 ‘필사책방’이다. 필사는 함께 읽고 마음에 담은 구절을 함께 옮겨 적으며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가장 느린 책 읽기 방법이다. 특히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온라인 인증으로 진행하는 필사 모임은 오프라인 모임을 대체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기도 했다. 현재 5기까지 진행한 온라인 필사 모임은 한 달을 기준으로 필사 활동을 진행한다.

방 대표가 선정한 책과 필사노트, 필기구 등을 포함한 필사키트를 배송 받은 회원들은 책을 읽고 마음의 울림이 있는 구절을 다양한 방법으로 필사한다. 일러스트로, 사진으로, 오브제로, 캘리그래피로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표현하는 필사 과정을 통해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좀더 깊숙하고 내밀해지는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방지운 대표가 한 달에 한 번씩 보내는 필사 키트. 선정 도서와 필사 노트, 필기구, 방 대표의 손글씨 엽서까지, 정성 가득한 꾸러미다.
함께 읽고 마음에 담은 구절을 함께 옮겨 적으며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가장 느린 책 읽기 방법인 '필사'는 사각사각책방을 대표하는 콘셉트다.

취재 당일 책방에서 만난 윤님(닉네임, 30세) 또한 사각사각책방의 장점으로 방 대표의 사람을 향한 배려와 위안을 주는 공간을 손꼽았다.

“그 동안 서점기행을 하면서 많은 독립서점을 경험했는데 사각사각은 여느 서점과는 확연히 다른 편안함이 있어요. 눈치 보지 않고 충분히 이 공간을 향유할 수 있죠. 대중교통으로 왕복 4시간을 오가는 불편함을 충분히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첫 방문에 마음을 빼앗겼고, 이번이 겨우 세 번째 방문이지만 상실감을 느낄 때면 ‘사각사각’의 위로가 그리워진다는 윤님은 자신을 스스럼없이 단골손님이라고 칭했다.

서가 안쪽에 자리한 또 하나의 공간, 노란방
들어서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노란방은 독서 모임 공간 등으로 대여가 가능하다.

사각사각을 아끼는 마니아 손님이 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독립서점이 그렇듯 방 대표 또한 확장성에 대한 고민이 깊다. 아끼고 절약해서 최소한의 고정비로 운영을 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겠다며, 3년을 버티는 것이 첫 번째 목표란다.

“일흔 살까지 책방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주문처럼 말하고 다니면 이루어질 것으로 믿어요”라며 해맑게 웃는 그에게서 굳건한 나무로 자랄 희망의 씨앗을 본다. 누구에게나 다정한 공간, 사각사각책방이 많은 이들이 사부작사부작 드나들 수 있는 품 넓은 공간이 될 날을 그리며.

책방 테라스는 5월의 푸르름 속에서 책 읽기 그만인 장소다.
책방 테라스는 5월의 푸르름 속에서 책 읽기 그만인 장소다.

방지운 대표의 그 책, 그 구절

1.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문학동네 

러시아 태생의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가 가명으로 발표한 소설이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쿠르 수상작으로 삶에 대한 무한하고도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 방 대표 의 인생책.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

2. <경애의 마음>, 김금희, 창비

한국문학의 기대주 김금희가 선보인 첫 번째 장편소설. 방 대표 는 경애의 마음을 따라가며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했고, 어느새 단단해진 자신의 마음과 마주할 수 있었다고.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마음은 그렇게 어느 부분을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

3. <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문학과지성사

김소연의 네 번째 시집으로, 정지한 사물들의 고요한 그림자를 담은 슬픔 가득한 노래다. 시인의 삶을 태도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책으로 방 대표는 산문집 <시옷의 세계>를 추천했다.

“매번 혼자서 여행을 떠나버리는 나에게 외롭지 않더냐고 친구는 물었다. 지독하게 외롭다고, 무섭도록 외롭다고, 그런데 그게 참 좋다고 대답했다. 외로움의 끝자리엔 이 밤하늘만큼이나 텅 빈 생각이 홀연히 찾아온다고도 말했다. “

 

방지운 대표가 마음에 담은 그 책, 그 구절
방지운 대표가 마음에 담은 그 책, 그 구절

 

[사각사각책방 정보]

위치 의왕시 사나골길 9-5, 2층

문의 0507-1471-1167 

오픈시간 12:00~19:00(매주 월, 화요일 휴무)

이용팁 : 노란방 공간대여 1~4인 1만원, 5~8인 1만5천원

           : 필사모임 6기 모집(인스타그램 사각사각책방,

            www.instagram.com/sagaksagak_books)

이장숙(지구별 관찰자)

단행본 <안녕, 유럽> 기획, 제작이 여행과의 첫 인연. 이후 다수의 사보, 사외보, 잡지에 여행기사와 여행을 테마로 한 피처기사를 썼다. 기자, 작가, 에디터, 과장 등의 몸에 맞지 않는 수식어보다는 지구별 관찰자 정도로 기억되길 바란다. 자유주의자가 되기를 꿈꾸지만 늘 현실에 발목 잡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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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돼보이 2021-05-25 14:25:24
읽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책방이네요. 대전에서 가기는 너무 멀어서 글과 사진으로만 다녀옵니다. 소소하지만 이렇게 따뜻한 책방 찾아주셔서 기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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