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주천강으로 향하는 82번 지방도로에 자리 잡은 주천묵집은 시골의 정취를 가득 담은 식당이다. 담백한 맛으로 입소문난 도토리묵과 구수한 맛의 메밀묵으로 유명한 식당이다.
30년 전통 농가 맛집으로 유명한 주천묵집은 입구부터 오래된 집 앞에 쌓아둔 장작, 장독 등 전통 있는 노포 포스가 물씬 풍긴다.
주천묵집의 역사는 친정어머니가 주천 5일 장에서 묵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에서 시작된다. 손맛 좋은 친정어머니가 만든 묵은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며 유명해졌다.
점점 탄력이 붙어 묵 장사가 잘 될 때 친정어머니가 사고를 당해 다른 사람에게 가게 운영을 맡겼다. 주인이 든 자리는 금방 표가 나서 맛도 떨어지고 손님도 줄어들어 엉망이 되었다.
이를 보다 못해 딸인 지금의 조옥분(62세) 대표가 손을 걷고 나서 다시금 어머니의 손맛으로 자리를 잡게 했다.
이 집의 음식 맛을 내는 1등 공신은 가게 앞뜰에 놓인 장독 안에서 발효되고 익어가는 고추장과 간장 등 기본양념이다. 그 중 주천묵집의 가장 큰 비밀병기는 맛간장.
맛간장은 매년 세 가마의 콩을 삶아 빚은 메주로 담근다. 우리 콩으로 메주를 만드는 시기가 일정해 주천묵집의 간장은 양이 많아도 늘 같은 맛을 유지한다.
또 다른 맛 비결은 대부분 요리가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차려진다는 것. 두부는 직접 경작하기도 하지만 물량이 달려 주변 농가의 우리 콩을 함께 이용한다.
메밀묵은 직접 씨를 뿌리고 길러 거둔 수확물로 쑤어낸다. 또 텃밭에서 기른 신선한 채소도 손님상에 오른다. 두부는 하루 1말 분량, 묵은 하루 7판 정도 만든다.
성수기에 20~30분의 기다림은 보통이고 재료가 떨어지면 영업시간이 일찍 종료되는 일은 다반사다. 이제 조옥분 대표는 나이가 들어 체력이 달리니 장사하기 힘든 때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맛을 유지할 수 없을까 봐 걱정한다.
하지만 아픈 분이 오셔서 그릇을 싹 비워가며 맛있게 먹는 모습, 입덧이 심해 아무것도 못 먹던 임산부가 입맛 돈다며 맛나게 먹는 모습, 손주 같은 아이가 할머니 음식이 맛있다며 엄지척 해주는 모습에 힘이 난다고 한다.
멀리서 기억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주인을 걱정하고 대가 끊길까 걱정하는 농가 맛집이다.
[메뉴 정보]
■산초두부구이(13,000원)
산초두부구이는 이 집 사장의 추천메뉴. 산초기름 향으로 한 번, 입안에서 살살 녹는 두부의 맛으로 한번, 맛의 연타를 날린다. 직접 가마솥에 끓여 만들어낸 두부를 두툼한 쇠판에 얹어 지글지글 구워가며 먹는다. 두부가 구워질 때 산초 열매와 들깻가루를 섞어 짜낸 산초기름을 두르고 참나물을 얻어 뜨거운 판 그대로 손님상에 낸다.
■메밀묵밥(7,000원)
식당 앞뜰 항아리는 그해 수확한 메밀을 저장하는 창고다. 정성껏 길러 낸 메밀을 옛 전통방식 그대로 탱글탱글한 묵을 쑤어 손맛을 낸다. 음식이다. 묵밥을 시키면 직접 채취해 말린 갖가지 묵은 나물 반찬도 맛깔스럽게 나온다.
■묵무침(중 15,000원)
당일 만든 묵을 큼지막하게 썰어 담고 직접 밭에서 키운 참나물, 양파, 당근을 넣고 고소한 들기름으로 무쳐 나온다. 묵무침의 양념장 역시 직접 담근 간장에 고소한 들기름과 통깨, 고춧가루를 넣어 즉석에서 무쳐낸다.
[매장 정보]
√영업시간: 매일 10:00 ~ 19:00(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휴무, 토·일요일은 재료가 일찍 소진될 수 있으니 전화로 확인 필요)
√좌석수: 40석
√전화번호: 033-372-3800
√주소: 강원 영월군 주천면 송학주천로 1282-11
이해열
현 더피엠파트너스 대표.
<일요신문>과 <월드트래블> 기자였으며, <서울 맛집 600> 집필, <전성기>에 전국 둘레길 맛집을 기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