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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정희진의 발로 뛴 해외여행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 '리가'에서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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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정희진의 발로 뛴 해외여행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 '리가'에서의 마지막 날
  • 글・사진 정희진(트래블러뉴스 프리랜서 여행기자)
  • 승인 2021.07.26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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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가바강 하류에 위치한 중세도시 리가는 1997년, 구시가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구시가지엔 독일 브레멘시가 리가시에 우정의 표시로 선물한 브레멘 음악대 동상이 서 있다.
리가의 도심 마스코트인 브레멘 음악대 동상 pixabay
리가의 도심 마스코트인 브레멘 음악대 동상 ⓒpixabay

리가 day 3

오늘은 리가를 떠나는 날이다. 하지만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가는 버스 시간을 오후로 예약해 놔 오전엔 리가를 좀 더 돌아볼 수 있었다. 어제 올드타운에서 가보지 못했던 곳들을 마저 돌아보고 지나다가 봐두었던 예쁜 잡화점들도 들러 구경을 했다.

잡화점 내부는 마치 개미굴처럼 필요는 없는데 쓸데없이 예쁘게 생겨서 구매해 소장하고 싶은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분명 갖다 놓으면 먼지만 쌓일 게 뻔한 귀여운 모형 자동차, 목각 인형, 레트로한 느낌의 스카프, 손수건, 독특한 느낌의 악세사리 등등... 그런 예쁜 잡스런 것들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가게 한 곳에서 30-40분은 후딱 이었다.

하지만 여행 지역이 한군데 더 남은 나는 들고 다닐 캐리어 무게도 고민해야 했으며 다년의 여행 경험으로 이렇게 분위기에 휩쓸려 산 여행 기념품들은 결국 몇 년 갖고 있다가 버리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진짜 쓸 것 같은 물건 한두 개만 엄선해서 구매하기로 했다.

리가 올드타운 풍경 pixabay
리가 올드타운 풍경 ⓒpixabay

나름 그렇게 엄선해서 산 것이 네이비색 베레모였다. 핀란드나 발틱 3국은 한국보다 빠른 추위에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자를 쓰고 다녔었는데 흰머리의 할머니들도 나이에 상관없이 베레모를 쓰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스타일리쉬 해 보였다. 그래서 나도 이곳 리가에서 베레모를 하나 사 가서 한국에서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크기와 모양, 컬러가 딱 맘에 드는 울 100퍼센트 베레모를 만 원대에 구매했다.

하지만 현재 그 베레모는 한국에서 한 번도 사용된 적 없이 내 옷장 안에서 몇 년째 사용 대기 중이다. 리가에서 고르고 골라 사 왔건만 패셔니스타가 아닌 아주 평범한 패션의 나는 아직 한국에서 베레모를 쓰고 나갈 용기를 내지 못했다.

어제 올드타운을 돌아다닐 때는 보지 못했던 브레멘 음악대 동상을 성페트로 교회 뒤편에서 찾았는데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독일 브레멘 시에서 리가에 기증한 동상인데 동물을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얘기가 전해진다고 했다. 위쪽에 있는 동물을 만질수록 더 영험해서 소원이 잘 이루어진다는 설이 있다고 했다.

어쩐지 그 동상 입 쪽 부분들만 반질반질한 게 사람들이 많이 만져서 그런 거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점프해서 위쪽 동물들을 만지려고 하는 모습도 꽤 보였는데 웬만한 키로는 제일 위에 있는 닭까지 손이 닿기는 쉽지 않은 듯했다. 나도 이왕 그런 얘기를 들었으니 높은 곳에 있는 동물을 만져 보겠다고 온 힘을 다해 점프해 보았지만 닭은 고사하고 고양이 얼굴 근처에도 못가고 개 얼굴만 겨우 쓰다듬고 왔다.

높이가 몇 미터인지 감도 안 오는 나무들로 가득 차 있던 어느 공원

리가에서 좋았던 것 중에 하나는 도시 곳곳에 있는 공원들이었는데 한국 공원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드리나무들이 많아 마치 도시가 아닌 숲속에 와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나무 밑에는 이름 모를 버섯들이 무성하고 하늘로 곧게 뻗은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뭔가 더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산까지 가지 않고 집 근처 도시공원에서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버스 안은 넓고 쾌적했던 럭스 버스. 우리나라의 우등 고속버스하고 비슷하다

빌뉴스로 가는 버스 시간이 돼 리가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다시 4시간이 넘는 장거리 이동을 해 어두운 한밤중에 빌뉴스에 도착했다. 빌뉴스에선 숙소를 버스 터미널 근처에 잡아 택시를 타지 않고 걸어 이동하기로 했는데, 우리가 한밤중에 처음 와보는 도시에서 구글 지도에 의지해 숙소를 찾아가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길거리에 사람도 별로 없고 어두워 간판들도 잘 보이지 않고 그 골목이 그 골목 같고... 터미널에서 십 분 거리에 있는 숙소를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30분을 헤매 겨우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

정희진> 트래블러뉴스 프리랜서 여행기자. 한국전통문화 인터넷 방송, 야후, 기초과학연구정보센터 등에서 컨텐츠 관련 일을 오래 함. 친구와 같이 떠나는 여행도 좋고, 홀로 가는 여행도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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