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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세계의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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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세계의 건축물
  • 트래블러뉴스
  • 승인 2019.09.2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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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완성되지 못했지만, 그래서 더 유명해진 세계의 건축물들을 소개한다.
©Bernard Gagnon
©Bernard Gagnon

성가족 성당 | SPAIN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완성 건축물은 아마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성가족 성당La Sagrada Familia일 거다. 아무리 건축에 문외한이더라도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안토니 가우디가 무려 40년을 바쳐 지은(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사망한) 최고의 걸작이다. 1882년 로마 가톨릭 성당으로 짓기 시작해 이듬해부터 가우디가 프로젝트에 합류했는데, 그가 사망한 1926년엔 고작 4분의 1만이 완료됐을 정도로 난공사가 이어졌단다. 이후 기부금 문제, 전쟁 등의 이유로 미적지근한 진행과 중단, 재개를 반복했으며, 2010년대에 들어 건설이 가속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의 가장 큰 과제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고. 성가족 성당은 가우디 서거 100주년이 되는 2026년에나 준공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미 무수한 여행객을 바르셀로나로 이끄는 명소 중의 명소지만, 2026년 이후부터는(물론 계획대로 완공된다면) 그 존재감이 한층 단단해질 듯하다. 건축과 장식, 기능과 형태, 내부와 외부의 완전한 조화를 추구하는 가우디 건축의 정수를 볼 수 있다.

© Martin Cígler
©Martin Cígler

류경호텔 | NORTH KOREA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완성 건물의 소재지는 북한이다. 바로 평양 보통강 구역에 날카로운 피라미드 형태로 치솟은 류경호텔. 높이 330미터, 지상과 지하를 합치면 총 105층에 달하는 북한 내 최고층 규모의 마천루다. 사실 이 호텔은 1992년 김일성 주석의 80번째 생일에 헌정하기 위해 처음 기획됐다. 그러니 당시 북한 실정과는 맞지 않는 엄청난 자본이며 최첨단 기술을 투입시켰을 터. 실제 1987년 프랑스의 기술로 착공된 류경호텔은 연간 1만 명을 동원하며 빠른 속도로 건설되었으나 1990년 해외 기술진이 철수한 뒤 진행이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2년 뒤엔 비용 문제로 아예 공사가 중단되기에 이른다. 이후 16년간 무수한 외신들로부터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위험한 흉물 취급을 받다가 2008년 간신히 공사를 재개했지만, 또다시 해외 투자자의 연이은 사업 포기와 핵실험 등에 따른 국내외 정세가 맞물리며 불안한 행보를 이어갔다. 결국 착공 32년째인 지금도 류경호텔은 여전히 ‘건설 중’인 상태. 매년 개장 계획이 업데이트되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이 건물이 언제쯤 제 역할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 EneasMx

콘피난사 금융 센터 | VENEZUELA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는 자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빌딩이 20여 년째 미완의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흔히 토레 데 다비드Torre de David(스페인어로 ‘다비드의 탑’이란 뜻)라 불리는 190미터 높이의 마천루가 그 주인공이다. 건물의 운명은 그야말로 기구하다. 1990년 콘피난사 금융 센터 건물로 야심 차게 공사를 시작했으나 3년 뒤 건축주인 다비드가 사망하고, 다음해 금융 위기와 은행 파산이 겹치며 90퍼센트까지 지어진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된 것. 이후 대규모 주택난과 함께 불법 거주자들이 건물을 점령하기 시작했는데, 2011년경엔 대략 700가구, 2500명이 거주하며 자체적으로 전기를 끌어들이고 미용실과 식당, 세탁소, 식료품점까지 운영했다고 한다. 이 건물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빈민촌’으로 유명세를 얻은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는 베네수엘라 정부에서 거주민을 모두 퇴거시킨 상태인데, 어떤 방식으로 건물이 재사용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 Joanna J.

유니티 타워 | Poland

토레 데 다비드와 유사한 예는 폴란드에도 있다. ‘슈키엘레터Szkieletor(‘깡마른 사람’을 의미한다)’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102.5미터 높이의 유니티 타워Unity Tower가 크라쿠프 한복판에서 30여 년째 ‘공사 중’인 상태다. 본래 폴란드 엔지니어링 협회 연맹의 지역 사무소로 1975년부터 짓기 시작한 이 건물은 1981년 폴란드에 계엄령이 선포되며 이에 따른 정치적 불안과 경제적 제약 때문에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몇몇 투자자가 건물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땅의 법적 지위가 복잡하고 재건축 및 개조 비용이 높아 누구도 쉽게 달려들지 못했다고. 현재 유니티 타워 건물은 부분적으로 트레이모르파 프로젝트Treimorfa Project에서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에 의해 곧 크라쿠프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등장할 예정이다. 목표는 총 4개의 고층 건물로 구성된 최첨단 다기능 비즈니스 센터, 예상하는 완공 시기는 2021년이다.

 © Superchilum

시에나 대성당 | Italy

이탈리아의 자랑인 시에나 대성당Duomo di Siena도 엄밀히 미완의 건축물에 속한다. 13세기 초반, 본래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가 있던 자리에 새롭게 건설을 시작한 이 성당은 중세 이탈리아 로마네스크-고딕 양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사례로 꼽힌다. 다만, 1317년 최초의 성당을 완성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당대 라이벌 관계였던 피렌체를 이기기 위해(즉, 피렌체 대성당보다 더 크고 화려한 성당을 짓겠다는 목표로) 대대적인 개축 공사를 감행했는데, 결국 1339년 시작된 공사는 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완료’되지 못한 상태다. 1340년대에 창궐한 페스트가 도시 전역을 휩쓸며 시에나 시민의 60퍼센트 이상이 사망한 데다 도시의 재정 상황마저 악화되어 도저히 성당 건축에 힘을 쏟을 여유가 없었던 것. 오늘날 시에나 대성당 남쪽에는 미완성된 본당 기둥 자국과 벽체 등이 남아 멈춰버린 과거의 영광을 대변하고 있다. 물론 기존 건물의 화려한 파사드 조각, 우아한 줄무늬 패턴으로 치장한 대리석 외관이 워낙 강렬하게 시각을 마비시키는 터라, 이 건축물이 ‘미완성’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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