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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픈 기사] 발행인이 만난 길 위의 여행자 ① 허기진 인생의 밥상을 채운 배우 류승룡의 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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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픈 기사] 발행인이 만난 길 위의 여행자 ① 허기진 인생의 밥상을 채운 배우 류승룡의 섬 여행
  • 글 이형옥(트래블러뉴스 발행인)
  • 승인 2021.05.20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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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이전 여행은 우리의 보너스 같은 일상이었다. 비행기 꼬리만 봐도 가슴이 뭉클 뜨거워지는 요즘, 백신이 선사해줄 보너스를 갈구해본다. 불과 2년 전의 여행기사를 주문처럼 곱씹으며 말이다. "허기진 인생의 밥상을 채운 배우 류승룡의 섬 여행"은 2019년 9월 23일에 처음 게재된 스타의 여행 기사다. 배우 류승룡의 섬 사랑은 유난하다. 그가 한국의 섬 홍보대사를 자처하게 된 이유를 들어봤다.

 

연예인의 삶은 흡사 잘 지은 한 벌의 슈트 같다. 주름 하나 없는 양복을 홀연히 벗어 던진 채 수년 동안 전국의 섬을 여행한 천만 배우 류승룡. 그의 유난한 섬 사랑은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한 마지막 처방전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2017 제주올레행사 ⓒ류승룡
2017 제주올레행사 ⓒ류승룡

보통은 대중이 먼저 스타를 알아보는 법이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명량〉, 〈극한직업〉으로 관객수 4천만 명을 거뜬히 확보한 국민배우라면 더군다나! 그러나 그와 난 완전히 거꾸로였다. 류승룡이 먼저 다가와 반갑게 알은체를 한 것이다. 지난해 10월경, 사단법인 제주올레팀을 따라 일본 규슈, 몽골에 이은 제주올레의 세 번째 해외 자매길 미야기현으로 트레킹을 떠났을 때 얘기다. 공항에서 짐이 나오기를 멍하니 기다리는데, 누군가 유쾌하게 내 앞을 막아 섰다.

“〈더 트래블러〉 잡지 발행인이시죠?”

공항의 소음 때문인지, 수수한 등산복 차림에 모자까지 깊게 눌러쓴 그의 말을 난 단박에 알아듣지 못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이렇게 미야기현에서 또 뵙네요, 호호.”

여행길에서 만나고 스쳐간 숱한 인연들 중 하나라고만 여겨 어정쩡하게 인사를 나누고 갈라선 채 아주 잠깐 고개를 갸웃하다가 드디어 굴러나온 캐리어에 다시 정신을 넘겨줬을 뿐.

다음 날, 미야기현 올레길을 걷는 도중, 주변 사람들이 그의 곁으로 몰려가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을 지켜보고서야 비로소 배우 류승룡임을 눈치챘다. 세상에! 변명 같지만 그는 천만배우 '티'가 전혀 안 났다. 유명 영화배우 하면 떠오르는 박제품 같은 이미지는 온 데 간 데 없다. 그저 스스럼없음과 친절함을 오가는 동네 중년 아저씨 같았달까.

 

배우 류승룡이 '더 트래블러' 여행토크콘서트에 첫 게스트로 초대되었다. ⓒ전재호
배우 류승룡이 '더 트래블러' 여행토크콘서트에 첫 게스트로 초대되었다. ⓒ전재호

알고 보니 그는 3년 전부터 〈더 트래블러〉를 구독해온 열혈 독자였다. 그런 이유로 작년 12월에 시작한 〈더 트래블러〉의 오프라인 여행 토크쇼의 첫 게스트로 배우 류승룡을 초대한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일 터, 그는 토크쇼에서 사춘기 아들과 다녀온 캄차카반도 이야기와 코카서스 여행담을 구수하게 풀어냈다. 그가 유별난 국내 섬 여행 마니아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토크쇼를 통해서였다. 2019년도부터는 아예 ‘전라남도 섬 가꾸기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화려하게 스크린을 누비는 배우라는 직업과 언뜻 고독함이 묻어나는 섬 여행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질감에서부터 이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그는 스위스를 여행 중이었는데, 몇 가지를 더 보충해 묻는 서면 질문지에도 평소처럼 진솔하면서도 촘촘한 답변으로 나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Q 스스로 섬 여행 매니어를 자처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A 2007년인가···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이라는 영화를 관매도, 청산도 등지에서 촬영했는데 그때 기억이 참 좋았다. <천년학>은 남남이지만 남매로 자라난 주인공 남녀의 엇갈린 운명과 사랑이 애절한 판소리 가락을 타고 흐르는 영화인데, 안개 덮인 외딴 섬 풍경과 어우러져 촬영 내내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 그 뒤 섬을 사랑하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섬을 유랑하는 음유시인 강제윤씨부터 서명숙 제주올레이사장, 여행대학 운영자 강기태, 고재열 기자, 극단 달다방 김정아 대표, 생면부지의 청년 여행가들까지. 이들은 여행만 하는 게 아니라 섬 주민들의 삶 속에 발 벗고 뛰어들어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진짜 섬 마니아들이었는데 그 뜻에 나도 기꺼이 동참하게 된 거다. 제주올레축제에 빠짐없이 참가하는 것은 물론 청년 섬 탐사대와 해양 쓰레기를 치우고 ‘한국기행, 가고 싶은 섬 만들기’등의 프로젝트에도 손품을 보태면서 점점 더 섬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게 됐다.

서명숙이사장님, 오한숙희님과 그의 딸 ⓒ류승룡
사단법인 제주 올레 서명숙이사장, 작가 오한숙희와 그의 딸 ⓒ류승룡

Q 화려한 배우의 일상과 외딴 섬 여행은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진다.

A 글쎄,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내겐 스스로 떠나는 유배처럼 자유로운 공간이다. ‘이탈’하지 않기 위해 떠나는 ‘일탈’이라고나 할까. 어느 때 즈음부터인지,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곳으로 다시 돌아가 깊고 푸른 해방감을 만끽할 수있다.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만선의 어부처럼 새로운 동력을 가득 얻은 기분이다. 배우로서도 소득이 많다. 뭍에선 이미 사라진 삶의 방식, 문화의 원형 등이 오롯이 남아 있어 책이나 대본에서는 구해지지 않는 문화적 충격을 받을 때도 있다. 이를테면 완도 인근의 섬 생일도에서 본 발광대놀이 같은 것이다. 주로 발가락을 이용하는 이 인형극은 재미도 있지만 섬세한 발 동작을 체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대단히 유익하다. 전남 신안 장상도에서는 농사를 지으며 부르던 들노래가 전승되는데 구성진 가사나 리듬이 마른 감성을 촉촉하게 파고든다. 섬 특유의 토속 문화와 음식, 희귀한 자연을 누리는 기쁨 역시 천편일률적인 패키지 여행과는 아예 차원이 다르달까. 오래 잊고 있었던 제비의 습격 같은, 재미난 사건을 경험할 때도 있다.

게다가 푸른 심연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먹거리! 섬이 키운 식재료로 만든, 투박하지만 풍미 가득한 음식에 대해서 그는 유독 할말이 많은 듯 했다. 얼마 전 <전라도 섬맛기행>을 펴낸 강제윤 시인과 함께 돌아본 소리도, 안도, 사도 등의 섬 여행에서는 육지의 어느 고급 해산물 레스토랑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그야말로 순수한 천국의 맛을 경험했다고 자랑한다. 사실 섬에는 ‘바다’라는 세상에서 가장 큰 냉장고가 있기 때문에 주먹만한 자연산 홍합과 전복, 꽃게 등을 맛보는 호사가 가능하다. 게다가 그 별미를 함께 나누며 섬 사람들과 주고받는 생생한 삶의 이야기 또한 재미나고. 섬에서 나고 자란 어르신들이 계산 없이 툭툭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는 “이것은 갈비인가, 치킨인가”로 천만을 웃게 한 류승룡을 가뿐히 웃게 만든다.

장도 이장님과 제주 하례리 해녀어머니 ⓒ류승룡
장도 이장님과 제주 하례리 해녀어머니 ⓒ류승룡

Q 배우 류승룡에게 섬은 어떤 의미인가? 섬주민들과 나눈 못잊을 추억거리도 많을 것 같은데…

A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지만 섬사람들 말투엔 엄청난 에너지가 숨어 있다. 잔잔하다가도 거대한 풍랑으로 배를 집어 삼키는 바다, 그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평생을 살아와 그런지. 어딘가 모르게 노련하면서도 무심한 특성이 있다. 처음엔 좀 낯설었지만 자꾸 듣다보니 정이 들더라. 언젠가, 촬영차 욕지도 민박집에 들른 적이 있다. 그곳 주인께서 내가 배우라는 걸 배려해 ‘민박이 누추하다’며 다른 큰 팬션을 소개해주셨는데, 내가 외려 그 민박집을 고집했다. 신기하게도 난 그 민박집에서 내 생애 가장 편안한 꿀잠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잘 자고 난 후에는 기름기 좔좔 흐르는 고기 반찬 대신 직접 담근 투박한 젓갈이 여럿 놓인 섬 집밥도 얻어먹었다. 내겐 12첩 반상이 부럽지 않은 순간이었는데 밥을 먹으면서 의도치 않게 목이 메이더라. 사람 사는 정이 이런 거구나, 싶어서. 그날 내가 체험한 꿀잠과 밥상은 지친 나의 일상을 치유한 명의의 처방전 같은 것이었다.

어디 욕지도 민박집 쥔장뿐이랴. 매일 고된 물질을 하면서도 귤밭, 당근밭을 살뜰히 가꾸던 제주도 하예리의 해녀 아주머니, 아흔살을 훌쩍 넘긴 어머니를 돌보면서도 바다에서 직접 건져 올린 보말, 꽃게 등을 요리해 그의 밥상에 올려준 사도의 민박집 아주머니 등 섬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한끼야말로 어머니 손맛보다 더 강렬했다고 한다. 문득 정현종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한산도 신나는 예술여행 ⓒ류승룡
한산도 신나는 예술여행 ⓒ류승룡

워낙 짧아서 많은 사람들이 외고 있는 이 시에서 ‘섬’은 현대인들의 단절 또는 소통부재를 의미한다고 알려졌는데, 류승룡에겐 물리적인 ‘섬’보다 심리적 섬인 ‘사이’란 단어가 더 중요한 화두였던 모양이다. 어차피 홀로 가는 인생,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정답게 나누는 정과 호의만이 우리가 살아가는 귀한 의미라는 걸 그는 이미 터득하고 있는 듯하다. 천만 배우의 화려한 조명에서 슬럼프의 어두운 그늘까지,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지나온 뒤 섬에 깃들어 스스로를 치유해온 류승룡. 그는 얼마전 극단 달다방(대표 김정아)이 만든 ‘신나는 예술여행’ 프로젝트에도 동행한 적이 있다. 섬주민들의 굴곡진 인생을 채록해 그 내용으로 극을 만든 뒤 섬 순회공연을 다니는 일에 스탭으로 따라나선 것이다. 공연이 끝난 후 섬주민들과 살가운 소통을 나눌 때 기뻐하는 그들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는 가슴이 뿌듯 차올랐다.

연대도 선장님 ⓒ류승룡
연대도 선장님이 운행하는 배에 타다 ⓒ류승룡

Q 이제껏 다닌 국내 섬들을 하나씩 꼽아본다면

A 비교적 큰 강화도, 완도, 거제도는 제외하고, 백령도, 울릉도, 독도, 관매도, 장도, 청산도, 연홍도, 연대도, 사도, 안도, 금오도, 소리도, 비금도, 보길도, 도초도, 사랑도, 외도, 연화도, 자은도, 노화도, 임자도, 만자도, 수우도, 학림도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통계에 의하면 현재 한국에 있는 섬 갯수는 대략 3,300개. 그러나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정부 부처마다 섬에 대한 통계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3339개, 해수부는 3358개, 국토교통부 3677개로 부처별로 무려 300 여 개나 차이가 난다. 이참에 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확한 통계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북한에도 1000여 개의 섬이 있다고 하니 아무튼 한반도는 섬이 많기는 많은 것 같다.

 

Q “지금까지 이런 섬은 없었다, 섬인가 천국인가!” <극한직업> 명대사를 흉내내봤다.(웃음) 그런 섬이 있다면 우리에게도 귀띔해달라.

A 여수에 있는 연도(소리도)란 섬을 꼽고 싶다. 널리 알려진 섬은 아니지만 등대에서 보는 탁 트인 전망은 그야말로 최고다. 마치 신의 자연 놀이터 같달까. 망망대해가 끝없이 펼쳐지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가 얼마나 작은 것에 연연해하면서 살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위로도 참 많이 얻었다. 연도는 장서린 같은 토종 해적들이 근거지로 삼았던 곳이어서 당시의 청기와 망루가 발견되기도 한다.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솔팽이굴 이야기도 재미나고. 해산물도 풍부해 음식이 맛있는 건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제주올레행사 ⓒ류승룡
제주올레행사에서 올레꾼들과 함께 ⓒ류승룡

Q 매년 8월8일은 섬의 날이다. 진짜 섬 홍보대사가 된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A 이미 나는 자칭타칭 섬 홍보대사다. 누가 물어보지 않아도 먼저 섬 홍보대사라고 크게 이야기하고 다닌다. (웃음) ‘섬의 날’은 섬 사람들의 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섬 사람들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변변한 의료시설이 없어서 응급환자라도 생기면 아주 위험하다. 교통도 너무 불편하다. 배도 자주 안 뜨고 시설도 낙후되어 있다. 우리 육지 사람들이 누리는 기본적인 권리조차 못 누리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나는 섬 관광 홍보대사가 아니라 섬 사람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데 보탬이 되는 홍보대사가 되고 싶은 거다.

이 대목에서 나는 아주 오래 전 겪었던 일화가 하나 생각났다. 30년 전 흑산도, 홍도를 취재하고 돌아오는 배편에서 한 갓난아이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일찍 병원에 데려갔더라면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르는 아이의 생명이 조그만 배 안에서 꺼져가던 순간 아이 어머니가 내지른 다급한 비명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섬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섬 여행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도 할 일이 많을 것 같은 류승룡은 섬 여행 활성화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 지 궁금했다.

Q 섬 여행을 위한 류승룡의 제언을 들려달라.

A 섬은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힐링 공간이다. 다른 인프라가 필요치 않다고 본다. 많이 알려진 섬들은 더 활성화할 필요도 없이 여행객이 넘쳐난다. 어떤 섬들은 육지의 유명 관광지처럼 북적인다. 그래서 무턱대고 섬 여행을 활성화시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무명의 섬일수록 인정이 넘치고 진정한 휴식이 가능하다. 그러니 몇몇 유명 섬에 여행자들이 몰리게 하는 정책이 아니라 더 많은 섬으로 여행자들이 나누어 갈 수 있는 분산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물론 그런 섬들을 다닐 때는 무엇보다 섬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최대한 예의를 지키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건 정말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섬 관광의 이익이 일부가 아니라 섬 주민들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정책도 필요하다. 여객선을 더 현대화하고 대형화해 편리와 안전성을 고루 갖추게 했으면 좋겠다.

제주올레행사 ⓒ류승룡
제주올레길에서 만난 바다 ⓒ류승룡

Q 계절별로 각 섬마다 매력이 다를 것 같은데, 올 가을.겨울을 위한 섬 여행지를 추천한다면?

A 겨울에는 남쪽 섬을 추천한다. 내륙 사람들, 특히 수도권 사람들은 겨울에 남쪽 섬들이 얼마나 따뜻한 지 잘 모른다. 겨울에도 노지에서 배추나 무, 시금치, 상추 같은 채소가 자라는 곳이 남쪽 섬이다. 서울이 영하 10도일 때 남쪽 섬은 영상이니 무려 10도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 물론 바람이 세찬 날은 섬도 춥지만 대부분 남쪽 섬은 겨울에도 따뜻하니 주저 없이 떠나길. 천천히 소요하듯 걸으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기에 좋은 섬들이 많다. 금오도, 욕지도, 청산도, 보길도, 추자도 같은 섬들, 겨울에 가면 진짜 좋다. 특히 동백꽃이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답다. 제주도는 늘 옳다. 첫 올레길을 연 1코스의 말미오름에서 본 일출봉과 당근밭은 비밀에 부치고 싶을 만큼 장관이다. 배우 갈소원이 졸업한 남읍초등학교 뒤 금산공원과 곶자왈도 근사하다. 물론 영화 속의 꼬마 갈소원은 나도 못알아볼 만큼 훌쩍 커버렸다.

마지막으로 근황을 물었다. 섬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섬 마니아이기 전에 그는 천의 얼굴을 가진 영화배우이니까. 이준익 감독의 새 영화 <자산어보>에 정약용 역으로 특별 출연 중이라는 류승룡은 이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다시 섬으로 촬영을 간다고 매우 들떠 있었다. 섬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진 뒤 그는 과연 어떤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날까?

 

이형옥대표와 함께 ⓒ류승룡
이형옥대표와 함께 ⓒ류승룡

이형옥

<주부생활> 기자, <우먼센스> 편집국장을 거쳐 더북컴퍼니의 창립 멤버 중 하나로 <싱글즈>를 창간했다. 2020년 초까지 하나투어와 함께 만든 여행 콘텐츠 회사 하나티앤미디어의 대표로 재직하며 글로벌 감성 여행 매거진 <더 트래블러>를 창간, 10년째 이어왔었다. 2014년부터는 국내 유일의 공연예술 전문지 월간<객석>의 편집 고문을 함께 역임하며 국내외 여행, 음악, 미술, 공연 등과 관련한 다양한 플랫폼 제작에 앞장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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