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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쉽고 편안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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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쉽고 편안한 여행
  • 김수현 기자
  • 승인 2019.09.24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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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장애여행, “장애와 무관하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여행”
-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코스 및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모아스토리 강민기 대표
ⓒ모아스토리 강민기 대표

요즘 우리 회사는 경복궁을 누구나 쉽고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무장애도보여행 코스를 개발 중이다. 경복궁처럼 역사적 의미가 있는 관광지는 해설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분들에게 무장애여행 교육을 하면서 꼭 한번 듣는 질문이 있다.

“무장애여행이라고 하면 장애인을 위한 여행 코스를 만드는 건가요?” 무장애여행이라는 말은 여행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도 낯설다. 그분들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무장애여행은 장애인만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장애와 무관하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여행입니다.”

도시를 새롭게 조성하거나 집을 지을 때 장애인의 기준에 맞춰 설계를 하면 모두에게 편한 환경이 된다. 이것이 바로 무장애환경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이미 비장애인 기준에 맞춰 설계가 되고, 우리는 이런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그렇기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한 것이다.

직장인의 하루에서 기다려지는 시간 하나는 점심시간이 아닐까. 하루에 한끼는 맛있는 점심을 먹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좋을지 늘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TV에서 소개하는 맛집이나 SNS 검색을 통해 음식점을 찾게 된다. 그렇다면 장애인이나 이동약자들은 어떨까.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있는 맛집, 시각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식당, 유아차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맛집’등으로 검색을 해 봐도 갈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의 정보 격차가 크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삶의 영역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음식점에 대한 정보는 시작일 뿐이다. 먹고 마시고 입는 것부터 문화생활, 여행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을 위한 정보는 턱 없이 부족하다. 이런 정보의 격차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아스토리를 설립하고 누구나 쉽게 누릴 여행 정보를 찾고 공유하며 알게된 것은 우리 사회가 장애 유무에 따라 삶의 영역이 나눠져 있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장애인과 함께 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비장애인으로서는 장애인과 함께 하는 삶은 너무도 낯설고 다른 세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장애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비장애인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장애인에 대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공무원이나 법안을 만드는 국회의원 또한 마찬가지다. 이렇게 비장애인이 설계하고 만들어가는 세상에서 장애인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 대상이 아닌 배려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의 근원 아닐까?

정부나 지자체에서 복지 예산을 늘리고 무료로 여행을 보내주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심리적인 벽을 허물어야 한다. 새롭게 관광지를 조성할 때 장애인의 기준에 맞춰 다양한 시설을 설계하고 교통편을 마련하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무장애여행의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장애인만을 위한 배려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 아이들과 유아차와 함께 하는 나의 가족,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어도 여전히 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한 것이다.

ⓒ모아스토리 강민기 대표
ⓒ모아스토리 강민기 대표

모아스토리는 ‘이지트립’이라는 무장애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갑자기 세상의 모든 환경이 바뀔 수 없으니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여행지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조사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지도를 만들기도 하고,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이지트립’ 채널에 올리고 있다. 단 한사람이라도 우리의 콘텐츠를 보고 용기 내 자신만의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다. 최근에는 전국 여러 지역의 무장애여행 코스를 만들고 지도와 영상을 만들어 소개하고 있다. 여행지 중에는 광명동굴이나 실내 스카이다이빙도 있다.

여행 영상을 본 장애인의 반응은 한결같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다는 걸 몰랐어요. 그런데 그곳까지 어떻게 가야할 지 걱정이 돼요.” 이런 반응을 접할 때마다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즐겁게 여행을 즐길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늘 되새겨본다. 비장애인에게는 즐거움이 가득한 여행이, 장애인에게는 즐거움과 긴장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여행. 이 격차를 줄여 나가는 거이 무장애여행의 시작일 것이다.

 

 모아스토리 강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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