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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농부의 평창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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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농부의 평창살이
  • 트래블러뉴스
  • 승인 2019.10.0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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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창조과학부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선정한 청년 혁신가, 최지훈의 평창살이 이야기
- 평창의 로컬 큐레이터이자 파티 플래너, 작가 겸 강사, 문화 기획자로도 활동
ⓒ강신환
다양한 작물이 자라는 베짱이농부의 텃밭 ⓒ강신환

Q ‘베짱이농부’를 창업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의 청년창업지원 프로젝트에 지원해 상금을 받았는데, 그걸 종잣돈 삼아 시작하게 됐다. 처음부터 “이런 일을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계획한 건 아니다. 그저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일을 해보는 사이, 내가 시도할 수 있는 영역이 점점 넓어진 것 같다. 사실 나는 농업으로 돈을 버는 전문 농업인은 아니다. 다만 뿌리를 농업에 둔 채 지역이 품은 여러 자원이나 이야기, 식재료, 문화예술 전반을 내 방식대로 재해석해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많이 해왔다. 한 가지 영역에 몰두하기보단 그때그때 주어지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자인 관련 작업이나 벽화 및 조형물 제작, 관광과 문화 기획 등을 주로 진행했고, 교육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그림 교육 프로젝트를 운영하기도 했다.

ⓒ강신환
직접 키운 감자를 들고 있는 베짱이농부 ⓒ강신환

Q 농사를 지은 지는 얼마나 됐나?
8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사실상 부모님 농사를 도와드린 지는 5년쯤 됐다. 현재 재배하는 작물은 두백 감자와 브로콜리, 명이나물과 오미자다. 다만, 최근 들어 일대의 기후가 많이 바뀌다 보니 부모님이 해온 노지농업 방식이 점점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농작물이 냉해와 기후 피해를 많이 입었다. 어떤 새로운 방식이 있을까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는 중이다. 동생과 함께 말린 오미자로 차 상품을 개발하기도 했고, 농업용 드론에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다. 올해부터는 작은 텃밭을 꾸려 여러 종류의 씨앗을 조금씩 심어보며 어떻게 자라는지 실험하고 있다. 어떤 작물을 키우든 최종적으로는 제값을 받고 파는 게 목표다. 그게 키우는 사람에게도, 사는 사람에게도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Q 오미자 티는 현재 판매하는 상품인가?
일단 동생이 패키지 디자인 작업까지는 해두었다. 올해부터 상품으로 만들려 했는데, 오미자를 제대로 수확하지 못해 어려워진 상태다. 실제로 올해 전국적으로 오미자 농사가 잘 안 됐단다. 사실 내게 오미자는 아버지가 남겨주신 선물 같은 존재다. 귀향 초기에 아버지가 농사일을 도우면 연봉 2천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하셨는데, 실제로 그 돈을 주신 적은 없고 대신 어느 날 밭에 오미자를 심어주셨다. 직접 키우고 관리해 용돈벌이를 하라고.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엔 정말로 유산같이 느껴져서, 어떻게든 상품화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강신환
개발 중인 오미자 티 상품 ⓒ강신환

Q 직접 개발한 로컬 푸드로 소셜 다이닝과 파티를 진행한 프로젝트도 흥미롭다.
기본은 그때그때 나오는 이 지역의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니라 조리에는 분명 한계가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중이다. 사람들에게 최대한 신선한 평창 식재료의 맛을 알려주고 싶다. 이를테면 갓 딴 옥수수를 수염이 살짝 덜 마른 상태에서 바로 쪄 먹으면 정말 놀랄 만큼 맛있다. 따고 난 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결코 느낄 수 없는 맛이다. 그런 것들을 내 방식대로 소개하는 거다. 그때그때 전문가들과 협력해 옥수수와 어울리는 와인을 곁들이기도 하고, 이야기를 그림이나 글로 풀어내기도 한다. 그러니까 맛있는 요리를 개발한다기보다는 새로운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에 가깝다.

 

Q 지역 예술가와 함께하는 공연, 전시 등 문화예술 행사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게 됐나?
나를 멘토링해준 분이 있었다. 그분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같이 해볼 기회가 생겼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가 동호회를 만들고, 그림만 그리자니 아쉬워 전시회를 열고, 대부분의 작업이 그런 식으로 시작됐다.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들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강신환
최지훈은 감자와 브로콜리, 그리고 이 도시의 새로운 문화를 가꾼다 ⓒ강신환

Q 현재 준비 중인 ‘베짱이농부’의 새 프로젝트가 있다면?
지금은 개인 공간을 찾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생활도 하고, 농사도 짓고, 사람들도 찾아올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텃밭에 다양한 식재료를 심어둔 뒤 함께 수확하고, 함께 요리해 맛보기도 하고. 그러니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 내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담아낼 수 있는 곳. 굳이 표현하자면 농가 레스토랑 같은 형태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레스토랑이나 농장은 아닌, 그런 모호한 곳을 꿈꾸는 중이다. 큰돈을 벌고 싶다는 욕심은 없다. 다만 앞으로의 삶을 잘 살아내고 싶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곳 평창에서 내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류현경(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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