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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잼도시' 대전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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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잼도시' 대전을 가다
  • 이지혜 기자
  • 승인 2019.11.29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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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던 대전의 힐링 포인트
자연과 치유의 도시, 대전광역시

대전이라는 도시는 매우 익숙하지만 정작 “대전에서 뭘 해?” 물으면 쉽게 대답하기 힘들었던 곳이다. 사실 대전에는 우리가 모르는 힐링 포인트가 생각보다 많다.

얼마 전 어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전을 ‘유잼도시’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대전은 지금껏 많은 사람에게 ‘재미없는 도시’로 인식되어 왔다. 서울과 부산 어디에서든 접근하기 쉬운 지리적 위치로 부족함 없이 성장한 도시 대전이 궁금해 떠났다.

가장 오래된 온천

도착 후 첫 방문지는 뿌리공원이다. 생소하고 신기한 이름의 이곳은 자신의 성(姓)을 통해 뿌리를 알 수 있게 조성된 곳으로 대전 사람들에겐 매우 익숙한 공원이다. 만성산 자락 침산동에 위치한 뿌리공원은 유등천 건너편엔 얕은 절벽과 풍성하고 묵직한 녹음을 끼고있다.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성씨별 조형물과 사신도 그리고 12지지를 형상화한 뿌리 깊은 샘물, 각종행사를 할 수 있는 수변무대, 잔디광장과 공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팔각정자 뿐만 아니라 산림욕장, 자연관찰원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뿌리공원은 대전시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이용 가능한 미니모터카 30대와 교통표지판, 보행자신호등이 있는 교통안전교육장과 자연관찰로, 수목원, 산림욕장, 야생초화류단지가 있는 자연관찰원으로 아동들의 학습 공원으로도 유명하다.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C) 전재호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전재호

유등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가니 뿌리공원 입구에 도착한다. 입구에는 국내에서 유일한 한국족보박물관이 있는데 5개의 상설전시실과 1개의 특별 전시실로 구성돼있다. 내부로 들어가 보니 족보가 어떤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대중회의 의결에서 수단을 모으고 족보책을 편찬하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히 전시되어 있었다. 조선시대 족보문화의 정수인 왕실의 족보를 왕의 계보표와 함께 볼 수 있다. 기획전시실에는 독립운동가의 성씨와 족보 등 매년 새로운 주제로 한국인의 족보와 성씨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전시실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뿌리 공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성씨 조형물 136점이 웅장하게 서있고 각 성씨별 유래 등 읽을거리가 풍성하게 새겨져 있다. 조형물들을 해치며 보물을 찾듯 길을 걷다 보면 나의 성씨 조형물을 만나게 된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나의 특별한 뿌리를 찾아가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유성온천으로 넘어가기 전, 유성에서 유명하다는 배 과수원에 들러 꿀배즙과 선한 인상의 주인장이 직접 수확한 벚꿀로 만든 꿀차를 마셨다. “100퍼센트 순수한 토종꿀을 생산하는 곳은 의외로 많지 않죠.” 자랑스럽게 말하는 주인장의 말처럼 달큼한 향이 아찔할 만큼 짙다. 마침 입동을 맞아 겨울이 성큼 다가온 날씨에 몸이 아려온 것도 잠시, 달콤하고 따뜻한 꿀차에 온몸에 온기가 돌았다.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C) 전재호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전재호

이팝나무가 가로수로 빽빽이 심겨져 있는 유성온천거리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족욕 삼매경이다. 유성온천은 국내 116개 온천 지구 가운데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조선 태조가 새 왕도 후보지를 물색하기 위하여 계룡산에 들렀다가 이곳에서 목욕하였다. 태종, 계룡산의 절을 오가는 승려들도 유성 온천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이처럼 유성온천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었지만 방치되었던 온천이 처음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07년이었다. 유성에 정착한 일본인 스즈끼(鈴木松吉)가 봉명동 유성천 남쪽에 있는 온천탕 부근을 개발하고 1910년에는 대전온천주식회사를 창설함과 동시에 목조 건물을 건축해 1913년부터 본격적인 개업에 들어갔다. 당시 매우 한적한 전원지대의 온천지대로 출발한 유성온천은 1904년 대전역이 신설되고 서서히 이름을 알려나갔다. 특히 유성온천이 개업한 1913년 호남선이 함께 개통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옛 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차가운 샘에서 찬물을 선호하는 편이었지만, 뜨거운 온천을 좋아하는 일본인들로 인해 유성온천의 처음 손님들은 절반 이상이 일본인이었다고. 1919년 일본인 학자에 의해 이곳이 우수한 라듐 온천임이 알려졌고, 유성온천장이 세워지면서 1920년부터 근대적 온천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C) 전재호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전재호

부존량과 사용량 역시 전국 최대 규모로 약알칼리성 단순천으로 천질이 매끄럽고 피부에 자극이 없고 양이온 및 아연, 철 등 미네랄성 금속류들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어 피부병과 위장병, 관절염,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유성 온천은 최근 온천수로 족욕 체험을 할 수 있는 온천테마공원 안의 유성족욕체험장에 많은 관광객이 추위를 피해 찾고 있어 더욱 활기를 띄고 있다. 섭씨 41~43도를 유지하는 100% 온천수에 80명이 발을 담글 수 있는 두 개의 족욕탕과 수로시설을 갖추고 있는 족욕체험장은 무료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유성을 찾는 관광객은 물론 이곳 주민들도 늦은 시간까지 쉬었다 가는 곳. 특히 최근 개장한 한방족욕장은 사상체질에 따른 네 개의 탕으로 이뤄져 각자 체질에 맞는 탕을 찾아 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1,2인 테이블은 주말에는 자리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인기 있는 스폿이다. 실제로 수질이 매우 부드러워 발을 담그고 나니 마치 비눗물이 씻기지 않은 것처럼 매끄러웠다. 수로시설은 물론 족욕 후 발을 말릴 수 있는 윈드 건,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도 잘 조성되어 있어 관광객이 자주 찾는 유성의 명소 중 하나다.

도심 속 산책길

다음 목적지는 유성온천과 멀지 않은 한밭수목원이다. 수목원은 정부대전청사와 엑스포과학공원의 중앙부분에 자리했다. 이 지역에는 대전예술의전당, 평송청소년문화센터, 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등이 있어 문화 예술의 메카로 손꼽히는 곳으로 정부대전청사와 과학공원의 녹지축을 연계한 전국 최대의 도심 속 인공 수목원이다. 12만 5천평 부지에 다양한 식물이 심겨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26종의 장미가 4000여 그루 심겨져있어 봄과 가을, 장미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기 좋은 곳이다. 이 외에도 각종 식물 종의 유전자 보존과 청소년들에게 자연체험학습의 장, 시민들에게는 도심속에서 푸르름을 만끽하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C) 전재호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전재호

한밭 수목원은 크게 시립미술관의 북측에 자리한 서원과 남문광장, 목련원, 약용식물원, 암석원, 유실수원 등 19개의 테마로 구성된 동원, 열대식물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차가운 바람에도 숲이 시원하게 펼쳐져있다. 수련이 가득한 서원 연못 가운데 분수에는 마침 무지개가 어여쁘게 떠있었다. 연못 가장자리를 넓게 돌아 동원으로 넘어간다. 연못에는 사람들이 키우다 이곳에 방생한 금붕어도 있었다.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C) 전재호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전재호

모든 길이 미술책 속의 구도를 옮겨 놓은 듯 이색적인 풍경이다. 한 폭의 서양화처럼 도시와 잘 어우러지며 색다른 매력으로 펼쳐졌다. 울창한 숲을 빠져나오자 그 뒤로 펼쳐지는 탁 트인 광장, 저 멀리 견우직녀다리가 보이고 한빛탑도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다양한 조형물과 분수대, 이동식 야외공연장 등이 있는 엑스포남문광장이다. 이곳이 한밭수목원의 중심이다. 특히 대전시민들에게는 쉼터가 되어주는 잔디광장에는 평일 소풍을 온 유치원생으로 가득했다. 너른 잔디광장의 푸른기 남은 배경에 병아리같은 아이들이 모여있는 것을 한참이나 웃음을 머금고 지켜봤다. 발길을 돌려 야생화원으로 들어서니 이름조차 생소한 들꽃들이 제각각 이름표를 달고 수줍게 인사한다.

다시 무궁화원을 지나 드디어 만나게 되는 이곳의 주인, 나무들의 군락 서원은 수수함이 묻어나는 매력적인 산책로이다. 수련과 연잎으로 뒤덮인 습지를 지나 징검다리를 건너자 물레방아와 정자 사이로 물오리 나무숲과 단풍, 신갈나무숲이 나타난다. 특히 신갈나무숲에는 머루넝쿨이 감고 올라간 아름다운 터널 길이 있다. 곳곳에 이름표를 단 나무들과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들꽃의 이름을 외우며 걷노라니 어느덧 소나무숲은 우리에게 쉼터를 마련해준다. 천연의 피톤치드 향을 깊숙이 들이마시며 잠시 머리를 비워본다.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C) 전재호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전재호

대전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테미오래를 향해 여정을 이어나갔다. 테미오래는 대전의 옛 명칭인 ‘테미’로 오라는 뜻으로 테미와 관사촌의 오랜 역사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졌다. 이곳은 옛 충청남도 도지사 공관과 관사 건물들이 밀집된 전국 유일한 관사촌이다. 충청남도청 이전 후 대전시가 매입해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힐링공간으로 조성했는데 최근 부상하고 있는 대전 원도심 투어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근대와 현대의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실내와 노송이 굽이굽이 뻗은 아름다운 정원을 도심 속에서 느낄 수 있다. 특히 도지사공관과 1,2호 관사의 경우 두 개의 현관으로 나뉘어 진입하는 내부 공간이 중복도를 두고 서쪽에는 접객 공간, 동쪽에는 가족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현관홀에는 아르데코 풍의 원형창과 유리장식 등이 꾸며져 있다. 도시자 공관은 일본 주거 근대화의 가장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가족실과 식사실의 용도로 사용했던 다실, 2층의 회의실에서 전통 일본 주택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치유와 힐링의 도시

짧아진 해 덕분에 서둘러 대청호로 발걸음을 옮겼다. 호수 위로 떨어지는 어스름한 노을을 보기 위해서다. 워낙 큰 규모의 댐이라서 호수에 잠긴 산봉우리가 육지 속의 다도해같다. 데크길로 이어진 산책코스를 따라 조용히 사색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호수와 어우러져 그대로가 한 폭의 수채화를 이룬다. 전국 3대 호수 중 하나로 꼽히는 대청호는 둘레가 무려 500리나 된다. 굽이굽이 500리 가운데 대전 대덕구와 동구 지역을 지나는 구간에 조성된 것이 대청호 500리길이다.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C) 전재호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전재호

대청호는 총 저수용량이 14억 9000만 톤으로 대전과 청주, 천안을 비롯한 충청지역과 군산 등 전북일부 지역에 생·공용수를 금강하류와 미호천 유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홍수조절에 따른 댐 하류 홍수피해 경감과 수력발전을 통한 청정에너지를 생산한다. 다른 둘레길과는 다르게 대청호 500리길은 대부분 평지로 이뤄져 걷기에 부담 없다. 호수와 강, 산, 나무를 모두 끼고 주변에 무리지어 핀 갈대숲의 아름다움, 수면 위를 박차고 올라온 고사목의 고즈넉함, 호수를 방문한 한 쌍의 철새들의 신비로움이 어우러지는 풍경 속에 묻혀 한참을 걸었다. <살인 추억>, <슬픈 연가> 등 영화,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던 코스도 종종 나타난다.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C) 전재호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전재호

대청호는 1980년 대청댐이 완공되면서 조성되어 대전광역시·청주시의 식수와 생활용수·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호수 위로 해발고도 200∼300미터의 야산과 수목이 펼쳐져 드라이브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철새와 텃새가 많이 날아들어 여름에는 상류에서 백로를 쉽게 볼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주변 경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1998년에 개관한 물홍보관은 입체 영상관과 수족관 등을 갖추고 있다.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보려면 차로 3시간 정도 걸린다. 주변에 볼거리도 많다. 대청호반 인근에 위치한 문의문화재단지, 대청호미술관, 현암사, 작은 용굴, 청남대, 벌랏마을 등 많은 관광지가 위치해 있으며, 관광객과 대전 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공간과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C) 전재호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전재호

해가 다 넘어가기 전, 서둘러 길을 떠났다. 대전의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대동하늘공원으로 가기 위해서다. 2009년에 조성된 이곳은 대전의 야경 명소다. 공원은 벽화마을로 탈바꿈한 대전 대동 달동네 언덕마루에 조성되었다. 동북쪽 계족산 끝자락부터 남서쪽 보문산 자락 사이에 시원하게 펼쳐진 도시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규모는 작지만 공원에 세워진 풍차는 항상 인증샷을 남기러 온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넘어가는 해를 감상하며 대전의 야경을 즐겼다.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C) 전재호
우리가 몰랐던 대전의 매력 ⓒ전재호

대전에 어둠이 내리면 꼭 가야하는 곳이 있다. 바로 으능정이 스카이로드이다.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한때 중부권의 행정과 상권·전통문화의 메카로 불리었던 이곳은 지금 문화예술 거리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2013년에 개장한 스카이로는 아케이드형 LED 스크린 시설로 길이 214미터, 폭 13.3미터, 높이 20미터 규모이다. 메인 스크린과 미디어허브 등을 활용해 오락성과 공공성을 갖춘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대전의 대표 관광명소이다. 한껏 멋을 낸 젊은이들이 가득한 이 거리는 유명 브랜드와 음식점, 놀거리가 풍부하다. 대전 사람들에겐 일명 ‘시내’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문화, 예술, 청춘, 음악, 애견까지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연인들의 단골명소였던 극장들의 흔적과 손때 묻은 테이블을 간직한 술집과 찻집이 아직 선명하게 남아있다. 내륙의 풍부한 자연과 그와 함께 성장하고 보전되어 온 도심의 오래된 문화. 대전에는 우리가 생각지 못한 총천연색 힐링 스폿이 너무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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