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맛있는 냄새를 타고

-구수한 메밀향 풍기는 강원도의 재래시장 먹거리 -겨울이 제철 뜨끈한 어죽 한 그릇에 속까지 데우는 보양 여행 -꼬막과 매생이, 대구와 물메기 향긋한 바다 내음을 찾아 남해안으로

2020-01-28     황은비 기자

겨울에도 기꺼이 문밖으로 나서게 만드는 것이 있으니 바로, 식도락이다. 모든 것이 척박할 것만 같은 이 겨울에 제철을 맞이하는 식재료는 은근히 많다. 또, 뜨끈한 국물로 속을 데우는 음식은 여행자의 고픈 배를 더욱 든든하게 채워준다. 좁은 땅에도 가지각색 다채로운 우리나라의 음식문화가 팔도 여행의 큰 즐거움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관광공사는 다가오는 2월, 겨울의 끝자락에 떠나는 여행 식도락 네 가지를 추천했다. 맛있는 냄새를 따라 강원도에서 남해안까지 특색 있는 여행을 떠나보자.

면발이

콧등 치게 쫄깃한 국수와 폭신한 메밀전병, 강원도의 맛

강원도 전통시장은 지역 먹을거리가 많다. 특히 음식의 이름과 재료에 강원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흥미도 일으킨다. 척박한 땅에 꿋꿋이 뿌리 내린 메밀과 옥수수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먹던 음식은 여행자의 별미가 되었다. 면이 굵고 투박해 콧등을 친다고 하여 붙여진 ‘콧등치기’나 옥수수 전분 모양이 올챙이처럼 생겨서 붙여진 ‘올챙이국수’는 훌륭한 맛을 자아낸다. 영월서부시장에는 메밀전병 골목이 있다. 다닥다닥 붙은 메밀전집이 조금씩 다른 맛을 낸다. 특히 전을 부치는 모습을 보면서 먹는 맛이 특별하다. 영월서부시장은 근래 닭강정도 입소문이 나 찾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다. 정선과 영월은 강원도 겨울 여행지로 손색없다. 아리힐스 스카이워크나 동강사진박물관도 함께 둘러보자. 또, 아리랑브루어리와 젊은달와이파크는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여행지다.

정선아리랑시장 033-563-6200 / 영월서부시장 033-370-2763

예당호

한겨울 뜨끈한 추억 한 그릇, 예산 어죽

충남 예산에서 어죽으로 유명한 곳이 예당호 인근이다. 예당호 둘레 40km 둘레길 저수지는 동네 사람들은 농사짓다 틈틈이 모여 솥단지를 걸고 고기를 잡던 곳. 붕어, 메기, 가물치, 동자개(빠가사리) 등 잡히는 대로 푹푹 끓여다가, 고춧가루 풀고 갖은 양념과 민물새우를 넣어 시원한 국물을 낸 음식이 바로 어죽이다. 여기에 불린 쌀, 국수와 수제비까지 넣어 죽을 끓인 뒤, 다진 고추와 들깨가루, 참기름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충남식 어죽’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지금도 예당호 일대에는 어죽과 붕어찜, 민물새우튀김 등을 파는 식당 10여 곳이 있다. 어죽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웠다면 아름다운 예당호를 걸어보길 추천한다. 402m의 길이를 자랑하는 ‘예당호출렁다리’와, 5.2km에 이르는 ‘느린호수길’이 있다. 

충남 예산군 예당호 일대 (예산군관광안내소 041-339-8930)

겨울철

지금 제일 맛있는 겨울 바다의 선물, 벌교 꼬막과 장흥 매생이

꼬막과 매생이는 지금이 아니면 맛보지 못할 바다의 겨울 진미이다. 특히 이때쯤 벌교 꼬막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새꼬막은 쫄깃하고, 참꼬막은 고급 꼬막으로 즙이 풍부하다. 벌교 읍내에는 데친 참꼬막과 꼬막전, 꼬막회무침 등 푸짐한 꼬막정식을 내는 식당이 많다.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된 곳이다. 벌교역 앞으로 ‘태백산맥 문학기행길’이 조성되어 있다. 구 보성여관, 보성 구 벌교금융조합, 소화의집, 현부자네집 등 '태백산맥'의 무대를 답사해도 의미 있을 듯싶다. 장흥에서는 매생이가 한창이다. 올이 가늘고 부드러우며 바다 향이 진한 장흥 내전마을 매생이를 최고로 친다. 매생이는 주로 탕으로 끓인다. 장흥 토박이들은 ‘매생이탕에 나무젓가락을 꽂았을 때 서 있어야 매생이가 적당히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한다. 뜨끈한 매생이탕을 한술 떠서 입에 넣는 순간, 바다 내음이 가득 퍼진다. 억불산에 자리한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숙박 시설과 산책로 등을 갖춰 고즈넉한 겨울 숲 산책을 즐기기 좋다.

전남 보성 벌교꼬막정식거리/ 장흥 정남진장흥토요시장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061-850-5214 /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24)

대구로

뜨끈한 생선 살이 입에서 ‘사르르’, 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

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의 겨울 별미다. 대구를 제대로 맛보려면 거제 외포항으로 가보자. 전국 대구 출하량의 30%를 차지하던 포구에는 대구 조형물과 좌판이 늘어서 있고, 겨울 볕에 몸을 맡긴 대구가 줄지어 분위기를 돋운다. 외포항 식당에서는 대구탕, 대구튀김, 대구찜 등이 코스로 나온다. 생대구와 곤이가 담뿍 들어간 대구탕은 담백하고 고소하다. 거제에 ‘입 큰’ 대구가 있다면, 이웃 도시 통영에는 ‘못난’ 물메기가 있다. 이른 오전에 통영 서호시장을 방문하면 살아 헤엄치는 물메기를 만날 수 있다. 못생겨서 한때 그물에 잡히면 버렸다는 물메기는 최근에 ‘금(金)메기’로 불리며 귀한 생선이 됐다. 중앙시장 횟집에서도 물메기탕을 맛볼 수 있으며, 살이 연해 후루룩 마시면 몽실몽실한 살이 한입에 넘어간다. 외포항에서 해안도로로 이어지는 두모몽돌해변은 호젓한 어촌과 자그마한 몽돌 해변을 간직한 곳으로, 거가대교를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경남 거제 외포항 / 통영 서호시장

(거제관광안내소 055-639-4178 / 통영관광안내소 055-650-0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