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서 평화를 찾아서, 느껴보자 in DMZ 캠프그리브스 공감여행

파주 DMZ 지역을 산책하듯 다녀올 수 있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투어버스 '느껴보자 in DMZ 캠프그리브스 공감여행'를 신청해 경기도 파주 안보관광지를 다녀왔다.

2019-09-25     권아름 기자
 
미군기지로

서울에서 차로 1시간 30분쯤, 멀지 않은 곳이지만 쉽게 갈 수 없는 곳이 있다. 파주 DMZ 지역이다. 휴전선과 고작 7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으로 한국전쟁의 정전협정이 맺어진 이후 통행이 자유롭지 않은 곳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1953년부터 2004년까지 50여 년간 미군이 주둔했던 캠프그리브스는 민통선 안에 들어가더라도 일반인은 접근이 불가능했다. 미군이 철수한 후 2013년, 경기도관광공사는 캠프그리브스를 유스호스텔 겸 문화예술을 위한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일반적으로 파주 DMZ 지역은 최소 3일 전에 출입 신청을 별도로 해야 했는데, 최근 이곳으로의 접근이 보다 수월해졌다. 신분증을 소지하고 주말마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투어버스를 이용하면 사전 출입 신청인 ‘예통’ 없이 DMZ를 방문할 수 있는 것. 

‘느껴보자 in DMZ 캠프그리브스 공감여행’으로 캠프그리브스를 포함해 파주 마장호수와 임진각 관광지(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도라산역 등을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예약도 쉽다. 소셜커머스인 쿠팡, 티켓몬스터, 여행사인 모두투어, 롯데관광 등 온라인 사이트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올해 4월 20일부터 운행을 시작해 혹서기인 7~8월엔 휴지기를 가지다 9월에 다시 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맞춰 캠프그리브스의 전시도 리뉴얼되었다.

파주

첫번째 코스, 아찔한 마장호수 흔들다리
토요일 오전 7시 30분, 광화문사거리의 동화면세점 앞에서 투어버스에 탑승했다. 본 투어버스는 광화문 외에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도 탑승 가능하다. 서울에서 1시간 남짓, 첫 번째 도착지인 마장호수에 버스가 멈춰 섰다. 2000년에 농업용 저수지로 만들어진 것을 2006년 공원으로 개발했다. 지난해 3월 호수를 가로지르는 흔들다리가 설치되면서 관광객이 몰렸고, 7월까지 누적 관광객이 360만 명을 넘어섰다. 자연 호수가 아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에 서자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상쾌했다. 카페가 있는 전망대를 지나니 흔들다리가 곧장 나타났다. 길이 220미터로,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오르자 발밑에 흔들거림이 느껴졌다. 다리 중간쯤 오니 방탄유리로 이뤄진 다리 바닥이 나타났고,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호수를 따라서 잘 가꿔진 산책로도 있어, 걷기 여행을 하기 좋다. 

임진각

평화의 시작, 임진각 관광지 
다음 코스는 파주 DMZ에 가까운 임진각 관광지다. 1972년 임진각이 만들어진 후 조성된 파주의 대표적인 통일 안보관광지다. 그중 녹슨 철마가 놓인 철로와 평화를 염원하는 바람개비로 꾸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을 찾았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는 언덕을 채운 바람개비 외에도 평화를 염원하는 여러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사들고 둥근 언덕을 따라 산책을 즐겼다. 전쟁의 상흔 대신 나들이 나온 가족 단위 여행자로 가득한 공원은 한없이 평화로웠다. 이곳에서 점심 식사 시간을 주는데, 임진각 관광지에는 이 지역 특산물인 장단콩으로 만든 요리를 파는 식당이 많다.

평화와

옛 미군기지를 문화공간으로, 캠프그리브스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캠프그리브스로 향하기 위해 통일대교를 건넜다. 민통선을 지키는 군인들이 신분증 검사를 한 뒤 민통선 안으로 들어서자, 평양과 개성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였다. 이토록 가까운 곳에 북한이 자리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민통선을 지난 지 채 몇 분이 안 되어 캠프그리브스에 들어섰다. “과거 장교들이 사용한 숙소입니다. 앞으로 전시실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캠프그리브스의 작품을 설명하는 가이드가 나와 사람들을 반겼다. 미군이 사용했던 숙소, 무기고와 사무실 등으로 사용되었던 퀀셋막사, 탄약고를 비롯한 부지 전체에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나 한국전쟁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었다.

미군이

캠프그리브스 투어는 부대의 철창을 살려 청정한 자연이 남아 있을 DMZ를 본뜬 산책로에서 시작했다. 일부러 풀을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은 산책로에는 DMZ의 야생동물이 전쟁 후 어떻게 진화했을까를 상상한 강현아의 작품 <기이한 DMZ 생태누리공원>이 전시돼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작품이 전시된 2개의 탄약고가 나오는데, 그중 알록달록한 색감과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공동체의 희망을 보여주는 이호진의 <희망고>가 인상적이었다. 시멘트로 이뤄진 차가운 탄약고와 대비되는 작품이 공간을 따스하게 만들었다. “퀀셋막사는 미군이 잠시 머물기 위해 만들었던 공간인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 있게 되어 지금까지 남았죠.” 한국전쟁 때 만들어진 막사 4곳을 개조해 전시실로 꾸몄는데, 한국전쟁과 캠프그리브스에 대해 깊이 알 수 있는 자리다. 3년 동안의 전쟁이 남긴 것들을 지나 평화를 이야기하는 전시를 끝으로 2시간 남짓 걸리는 캠프그리브스 투어는 마무리된다.

도라산역

투어의 마지막, 평화를 기다리는 도라산역
뭉클한 기분으로 버스를 타고 마지막 투어의 종착지인 도라산역으로 향했다. 서울과 신의주를 잇던 경의선 최북단인 도라산역 플랫폼에 서서 끊겨버린, 그리고 아직 이어지지 않은 철로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언젠가 저 너머로 떠나는 상상을 하며. 도라산역 앞에는 도라산 평화공원이 있다. 2006년 완공된 공원으로 통일을 꿈꾸는 공간이다. DMZ의 역사와 의의, 생태를 알 수 있는 자리다. 

본 투어버스는 11월 3일까지 매 주말 운행한다. 캠프그리브스만 방문하고 싶다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의 DMZ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매주 토, 일요일 하루 3회(오전 11시, 오후 1시, 4시) 운행하는 셔틀버스는 평화누리 야외 공연장 뒤편에서 신청을 받는다. 

 

취재 협조 캠프그리브스 www.dmzcamp131.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