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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정희진의 발로 뛴 해외여행기] 발트 3국 플러스 헬싱키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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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정희진의 발로 뛴 해외여행기] 발트 3국 플러스 헬싱키 1편
  • 글・사진 정희진(트래블러뉴스 프리랜서 여행기자)
  • 승인 2021.05.20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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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내내 잔잔한 위로를 선사했던 영화 카모메 식당의 배경지, 헬싱키. 사치에와 미도리가 처음 만난 아카데미아 서점의 아찔한 책 냄새를 상상하며 북극광이 있는 나라 '핀란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유리로 된 천정과 간접 조명이 아름다운 아카데미아 서점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장악한 후 우리에게 여행이라는 건 더 소중한 것이 되어버렸다. 매년 벚꽃 철이 되면 후쿠오카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갔었는데 2년째 친구를 보지 못했고 뉴저지에 사는 오빠도 2년째 만나질 못하고 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가고 싶은 곳에 가질 못한다는 것이 상당히 답답한 느낌이다. 이럴 때 그나마 나의 여행 감성을 채워주는 것이 다녀왔던 여행 사진들을 보며 추억을 더듬어 보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의 하늘을 막아버리기 전 나의 장기 여행지였던 헬싱키와 발트 3국 여행을 되짚어 보며 지금은 갈 수 없는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 볼까 한다.

발트 3국을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계기는 티비에서 봤던 어느 여행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였던 것 같다. 아직은 한국인들이 많이 가지 않아 우리에게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고 서유럽의 관광지화돼버린 유럽에 비해 아직은 자연스러운 유럽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라는 것이 나의 관심을 끌었었다. 그래서 2년 동안 같이 여행자금을 모아왔던 친구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 발트3국으로 여행가자! 크로아티아처럼 관광객들 넘쳐나기 전에 얼른 다녀오자.

발트 3국은 붙어 있는 나라라서 버스로 움직일 수 있는데 이왕 가는 거 멀지 않은 곳에 배로 갈 수 있는 핀란드 헬싱키까지 들러 살짝 북유럽의 분위기를 느껴보기로 했다. 그래서 비행 루트는 핀란드 헬싱키 인, 리투아니아 빌뉴스 아웃으로 정했다.

인천에서 헬싱키까지 직항으로 9시간쯤 걸려 반타 공항에 도착했다. 가기 전에 이것저것 알아볼 땐 반타 공항이 입국 심사가 의외로 까다롭다고 해서 걱정을 살짝 했었는데 리턴 티켓과 친구와 함께 여행 할 거라고 하니 생각보다 쉽게 패스할 수 있었다.

스톡만 백화점이 있는 헬싱키 거리

헬싱키를 예전부터 기회가 되면 한번 가봐야지 했던 이유는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고 나서였다. 영화에 나왔던 장소들을 한번 가보고 싶었다. 잔잔하지만 보고 있으면 왠지 힐링이 되는 영화의 배경이 됐던 장소에...

헬싱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한국보다 추운 날씨에 더 두꺼운 옷으로 바꿔입고 호텔 근처에 있는 스톡만 백화점으로 갔다. 스톡만 백화점 별관 쪽에 있는 알바르 알토가 설계한 아카데미아 서점과 서점 2층에 있는 카페 알토에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아 서점은 알토가 설계해서 유명한 곳으로 천장으로 빛이 들어오게 설계한 아름다운 서점이다. 이 아카데미아 서점 2층에 있는 카페알토에서 카모메 식당에 나오는 사치에와 미도리가 만나 어울리지 않게 만화영화 갓챠맨 노래를 배우는 장소였다. 영화에서 볼 때는 꽤 커 보였는데 카페 알토는 실제로 가보니 기대처럼 크진 않았다.

카페 알토에서의 식사
카페 알토에서의 식사

우리나라 카페처럼 젊은 사람들이 책을 펴 놓고 공부하고 있지도 않고 젊은 연인들이 많지도 않고 중, 장년의 사람들이 혼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거나 친구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의 보통 카페보다 차분한 느낌의 카페였다.

그곳에서 나와 친구는 저녁을 해결하기로 하고 밥이 될만한 메뉴를 골라 커피와 함께 주문했다. 난 치킨 샐러드 비슷한 것을 주문하고 친구는 키슈를 주문했는데 예상했던 맛들이 아니어서 배고픔에 불구하고 반은 남기고 왔다. 물가 높기로 유명한 북유럽에서 먹는 첫 끼였는데... 거의 한화로 5만원 정도 하는 금액이었는데... 음식이 돈값을 못했다.

호텔로 가기 전, 마트에 들러 치약을 고르는 모습. 휘바휘바, 자일리톨을 기대했는데, 세상에, 유아용 딸기맛 치약을 사고 말았다.
호텔로 가기 전, 마트에 들러 치약을 고르는 모습. 휘바휘바, 자일리톨을 기대했는데, 세상에, 유아용 딸기맛 치약을 사고 말았다.

어쨌든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기 전 마트에 들러 치약을 사기로 했다. 핀란드 하면 휘바휘바!” 자일리톨의 나라 아닌가. 오리지널 자일리톨이 들어가 있는 핀란드 치약을 사서 써보는 것도 추억이 될 것 같아 고심 끝에 *무민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귀여운 치약을 사서 호텔에 돌아와 양치를 하는데 치약에서 왠 딸기 맛이 나는 거다. 알고 보니 유아용 치약이었던 것. 핀란드어로만 쓰여 있던 치약 케이스 디자인만 보고 샀더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것도 괜히 아깝게 돈만 쓴 꼴이 됐지만 뭐 첫날이니까 다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는 과정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쿨하게 넘겼다. (다음회에 계속)

*무민(MOOMIN): 핀란드의 국민 캐릭터. 핀란드 출신 작가 토베 얀손이 만든 만화 주인공이다. 초자연적인 괴물을 일컫는 트롤의 구성원으로서 희고 통통한 데다 큰 주둥이를 가지고 있어 언뜻 하마를 연상케한다.

정희진> 트래블러뉴스 프리랜서 여행기자. 한국전통문화 인터넷 방송, 야후, 기초과학연구정보센터 등에서 컨텐츠 관련 일을 오래 함. 친구와 같이 떠나는 여행도 좋고, 홀로 가는 여행도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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