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9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맞이해 베를린은 한창 축제 분위기다. 분단의 문에서 자유와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난 브란덴부르크 문, 동독 시민들의 자유 투쟁 시위가 열렸던 알렉산더 광장, 장벽 일부가 예술가들의 캔버스가 된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등 베를린 곳곳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행사가 있다. 11월 8일, 성 마테우스 교회에서 열리는 정관 스님의 <화합의 만찬>이다. 본 행사는 지난 5월 개장한 예술 정원 프로젝트 <제 3의 자연>의 연계 행사로, 한-독 간 문화 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금아트프로젝트와 독일을 중심으로 한식 문화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레잇터스가 주최한다.
백양사 천진암 주지 정관 스님은 2015년 미국의 뉴욕타임즈를 통해 세계에 알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고귀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라는 극찬에 힘입어 2017년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 시즌 3>에 출연했다. 그 후 정관 스님과 한국의 사찰 음식은 전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사찰 음식이 품은 ‘비건’ ‘식물 기반(Plant-based) 식사’ ‘발효 음식’ 등은 현재 전세계가 주목하는 식문화 키워드다. 이를 선도하는 독일 미디어 또한 정관 스님에 대한 관심이 높다. 독일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정관 스님의 요리법을 ‘미래의 음식’으로 집중 소개했다.
음식을 통한 화합을 전파하는 정관 스님은 베를린에 정치와 종교 문화의 벽을 허무는 식탁을 마련한다. 정관 스님은 남북의 자연을 한 그릇에서 음미할 수 있는 메뉴를 선보인다.
이를 위해 금강산 산더덕, 천진암 인근에서 채취한 탱자와 산초, 복분자 등 특별한 식재료를 베를린으로 공수했다. 음식은 유럽식 정찬과 불가의 식사예법이자 수행의 과정인 ‘발우공양’를 통해 맛보게 된다. 행사는 베를린 프렌츨라우어베르크 북부 지역 기독교 연합회의 알무트 벨만 목사와 정관 스님이 기독교와 불교의 제례를 혼합한 양식으로 함께 진행한다.
식사가 끝나면 통일과 평화를 염원하는 명상을 한 후 알무트 벨만 목사와 정관 스님의 대담이 진행된다. 알무트 벨만 목사가 속한 프렌츨라우어베르크 북부 지역 기독교 연합회는 베를린 장벽 붕괴 전 동독의 평화 시민 혁명을 지원했던 단체다. 두 사람의 대담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행사 정보
일시 : 2019년 11월 8일 (금), 오후 7시 30분
장소 : 성 마테우스 교회 (St.-Matthäus-Kirche)
인원 : 40명
■ 예술 정원 프로젝트 <Das Dritte Land:제 3의 자연>
2019년 5월, 분단의 역사를 공유한 베를린에 남북의 꽃이 어우러진 예술 정원이 조성됐다.
<제 3의 자연>은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이해 기획된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금아트프로젝트, 현대 미술과 생태학적 결합을 고민해 온 한석현, 김승회 작가는 정원을 통해 자연 속에서 사라지는 경계를 이야기한다. 정원이 개장한 5월 23일부터 11월 15일까지 ‘경계’ ‘화합’ ‘유토피아’를 테마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