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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의 젊음을 만드는 공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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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의 젊음을 만드는 공간 3
  • 송혜민 기자
  • 승인 2019.09.26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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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주말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춘천을 눈여겨볼 것. 춘천은 지금 청춘을 떠올릴 젊은 공간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춘천에서 발견한 젊음을 만드는 공간 셋을 소개한다.

1 일시정지시네마

일시정지시네마는 춘천 시내 최초이자 유일한 독립영화관이다. 18석 남짓한 작은 영화관은 올해로 세 살. 일시정지시네마의 유재균 대표는 ‘보고 싶은 영화를 춘천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볼 수 없었다’는 단순한 이유로 직접 영화관을 열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독립영화관에 대한 철학과 책임감이 엿보였다. 덕분에 춘천과 인근 강원도 주민들까지 폭넓은 문화생활을 향유하게 됐다. 대도시의 독립영화관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인구 28만 명 남짓의 작은 도시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지역에 대한 애정이 8할이었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는 것, 춘천에 놀 거리가 좀 더 많아지는 것. 청년들로 인해 지역이 유지되는 좋은 순환 구조가 생긴다고 믿는 그다. 일시정지시네마는 춘천 주민들의 문화 예술적 기회를 늘리기 위해 앞으로 더 나아가는 중이다. 국내 영화에 한정되던 상영작의 범위를 외화까지 넓히는 등 시스템 개선도 앞두고 있다. ‘틀고 싶은 영화를 다 틀 수 있게 되는 것.’ 일시정지시네마의 포부가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지기를 바라본다.

2 꽃술래

1980년대 이후 쇠퇴의 길을 걸어온 육림고개 상점가는 청년몰의 흥행에 힘입어 활기를 되찾고 있다. 꽃술래는 2016년 이곳에 입주한 1세대 청년몰이다. 이은주 대표는 어린 시절을 이 동네에서 보내며 동네의 성쇠와 재기를 피부로 느껴왔다. 그런 그가 스스로도 잊었던 육림고개의 재기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는 이곳에서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전국 각지의 소규모 양조장, 지역 명인들의 막걸리를 대중에 소개하는 중개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나아가 직접 개발한 칵테일 막걸리로 젊은 층 공략에도 성공했다. 꽃술래 바로 옆 건물에 2호점 ‘꽃필녘’을 열고, 양조장 막걸리와 청주, 한국에서 생산되는 와인 등으로 판매하는 종류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전통주를 다양하게 변주하는 시도도 중요하지만 그 본연의 가치를 조명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가 말하는 육림고개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재기에 성공한 옛 골목. 그 반짝이는 모습 뒤에는 지역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청년과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헤아려주기를 당부한다.

3 어쩌다농부

젊은 농부 3명이 이끄는 식당이 있다. 육림고개 언덕배기에 위치한 어쩌다농부다. 귀농한 아버지를 두고도 농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한상연 대표는 아버지가 키운 토마토를 우연히 맛본 뒤 농사일을 결심했다. 내가 먹는다는 마음으로 키운 농산물은 대량생산된 것과 맛의 차이가 확연했다. 직접 농사에 뛰어들며 재배한 좋은 먹거리를 소비자와 가장 가깝게 연결할 방법을 찾은 것이 식당이었다. 게다가 춘천은 농부의 눈으로 봤을 때에도, 창업을 꿈꾸는 청년의 눈으로 봤을 때에도 2가지 조건이 부합하는 곳이었다. 품질 좋은 농산물을 길러내는 농가가 지천이었고, 마침 춘천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육림고개에 어쩌다농부의 문을 열었을 때보다 거리가 많이 번화해졌지만 젊은 농부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매주 월요일이면 밭에 나가 정성스럽게 농사일을 돌보고, 정성 들여 요리하는 법을 공부하는 것이다. 시골 어르신들의 능란한 솜씨에 비하면 아직은 어설프다며 겸손의 말을 꺼내는 젊은 농부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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