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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일상처럼? 더 홀가분한 ‘미니멀 여행’이 대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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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일상처럼? 더 홀가분한 ‘미니멀 여행’이 대세입니다
  • 황은비 기자
  • 승인 2019.10.24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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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채운 캐리어 사라지고, 미니멀한 짐 싸기 늘어나
-멀리, 오래 떠나기보다 부담 없이 떠나는 여행 선호
-‘캠프닉’, ‘불멍’ 소박한 여행 트렌드 나타내는 캠핑 신조어

‘아주 적은, 최소한의’ 것을 의미하는 ‘미니멀’은 따지자면, 열세에 속한다.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많고, 무언가 얻기보단 잃어야 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미니멀’은 이 시대가 가장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 됐다. 디자인과 패션 기법으로 유행한 것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퍼지면서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공유하는 페이지, 카페 등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는 줄이면 늘어나고, 버리면 얻게 되는 ‘미니멀 라이프’의 역설이 숨어 있다.

미니멀 열풍이 라이프스타일과 여행으로 확대되고 있다. ⓒPixabay
미니멀 열풍이 라이프스타일과 여행으로 확대되고 있다. ⓒPixabay

여행은 미니멀 라이프의 열풍을 잘 보여주는 예다. 빼곡한 할 일 목록(To-do List)과 관광객 모드의 투어를 지양하고 쉼을 추구하는 여행이 그야말로 대세이다. 여행용품과 장비도 불필요한 것을 가려 부담을 줄이려는 이들이 늘었다. 한동안 이어진 ‘일상 여행’ 트렌드가 이제 ‘미니멀 여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짐은 최소한으로, 일상보다 더 가벼운 여행

요즘 여행자들 사이에는 완벽한 여행을 위해 꽉 채운 캐리어가 사라지고 있다. 잘 쓰지 않을 물건은 과감히 포기하고, 여행을 위한 쇼핑도 최소화한다. ‘미니멀리스트’를 자칭하는 여러 작가들의 책에서도 여행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버리면 버릴수록 행복해졌다>의 저자 황윤정은 ‘여행의 여운을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미니멀한 짐 꾸리기’라 했고, <인생은 간결하게>의 쥐디트 크릴랑은 ‘여행을 준비하면서 무엇인가 잊고 빠뜨렸다 해도 큰일이 일어날 것처럼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적었다. 실제로 생활 커뮤니티나 여행자 카페 등에서는 ‘미니멀한 짐 싸기’, ‘미니멀 캐리어’ 등을 인증하는 글을 찾아볼 수 있다. 꼭 챙겨야 할 여행 준비물도 옷이나 화장품보다는 전자제품, 휴식을 위한 제품, 영양제 등의 언급이 늘었다.

짐도 일정도 라이트하게, 미니멀 여행은 부담 없이 떠나는 것이 관건이다. ⓒPixabay
짐도 일정도 라이트하게, 미니멀 여행은 부담 없이 떠나는 것이 관건이다. ⓒPixabay

가벼운 일정만큼 더 가벼운 마음으로

관광지를 답습하기보다 여행지의 맛집, 카페, 산책을 찾는 것을 흔히 ‘일상 여행’이라 부른다. 여행을 일상과 구분하지 않고 여행지에서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켜 부담 없이 즐기는 것이다. 최소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6개월 살기 등 장기 여행 트렌드는 빡빡한 일정에 대한 피로도와 일상 여행의 선호를 동시에 나타낸다. 숙박중계 플랫폼인 '에어비앤비', '스테이폴리오' 등의 높은 인기도 이를 증명하는 부분이다. 여행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미니멀 정신은 당일치기, 1박 2일 등 짧은 여행의 증가로도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 따르면 몇 년 새 ‘당일치기’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근거리 즉, 국내 여행의 지속적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여행이라면 멀리, 오랫동안 떠나야 한다는 관념이 사라지고 적은 부담으로 더 쉽게 떠난다.

캠핑 유형별 관심도 추이를 통해 캠핑의 미니멀 트랜드를 알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캠핑의 미니멀 트렌드를 보여주는 캠핑 유형별 관심도 추이 ⓒ한국관광공사

대세인 캠핑도 미니멀이 인기

국내에서도 대중적인 여행 문화로 자리 잡은 캠핑 역시 미니멀이 대세이다. 고가의 장비와 캠핑카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소박하게 즐기는 캠핑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한국관광공사의 분석에 따르면, 캠핑의 유형별 언급량 증감률이 1위가 ‘차박’, 뒤를 이어 ‘캠핑카’, ‘미니멀캠핑’, ‘캠프닉’이 높았다. 여기서 캠프닉(Camping+Picnic)은 소풍처럼 가볍게 즐기는 캠핑을 뜻하는 말이다. 1-4위를 차지한 유형을 살펴볼 때, 전반적으로 부담 없이 즐기는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춘 캠핑 선호도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캠핑 신조어로 등장한 ‘불멍’도 최근 여행 트렌드를 나타낸다. '불멍'은 캠핑에서 장작불을 보며 멍때리기를 하는 것을 뜻하며, 어디에서나 삶과 여행에서 여백을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 경향을 담고 있다. 

캠핑도 캠프닉, 차박 등 미니멀이 대세이다. ⓒPixabay
캠핑도 캠프닉, 차박 등 미니멀이 대세이다. ⓒPixabay

더하기보다 빼고, 버리는 미니멀에 대한 욕구는 점점 더 라이프스타일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더불어, 어느 쪽으로든 여행 문화와 업계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빼곡한 일정과 무거운 짐만큼 무언가 얻어와야 한다는 강박. 미니멀 정신은 여행자를 이런 부담으로부터 해방시켜준다. 일상보다 홀가분하게 떠나고, 더 가볍게 즐기지만, 분명히 무언가는 채워질 것이다. 미니멀의 역설에 따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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