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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아서... 걷고, 기부하고 '도보 여행'도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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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아서... 걷고, 기부하고 '도보 여행'도 진화한다
  • 황은비 기자
  • 승인 2019.10.28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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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재미, 기부의 결합, 퍼네이션(Funation)으로 진화한 걷기
-걸음으로 기부하는 모바일 앱 플랫폼, 오프라인 행사 등 다양
-밀레니얼 세대 중심, 사회 활동 및 기부에 대한 관심 높아

단지 날이 좋아서, 가을이라서일까? 산과 바다가 절경인 트레킹 코스도 유일한 이유라고는 볼 수 없다. 요즘 남녀노소 걷기에 심취하도록 만든 것은 따로 있다.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의미를 찾는 여정. 새삼 다시 시작된 걷기 열풍의 중심에는 '사회 기부'라는 키워드가 있다.

전보다 가깝게 넓은 범위로 진화하고 있는 도보 여행 ⓒPixabay
전보다 가깝게 넓은 범위로 진화하고 있는 도보 여행 ⓒPixabay

대부분의 사람이 서고 걷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오래 걷는 것은 조금 다르다. 걷는 여행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은 하루 평균 1만 보도 걷기 힘든 현대인의 생활 패턴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 <같이 걸을까>에 소개되면서 많은 이들의 버킷 리스트에 오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비롯해 네팔 히말라야,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은 초창기 도보 여행의 열풍을 몰고 온 곳들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멍때리기 즉, 사색까지 겸하는 걷기의 매력은 상당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지금, 걷는 여행은 더욱 대중적인 즐길 거리로 자리 잡았다. 2017년 기준 전국에 조성된 걷기여행길은 총 506개에 달해, 가까운 곳에도 걸을 만한 코스가 다양해졌다. 굳이 마음먹고 나서지 않아도 어디서나 걷기가 쉬워진 덕분에 요즘은 많은 이들이 전보다 꾸준히 걷고, 혼자보다 함께 걷는다.

이 변화 속에 도보를 통해 기부 활동으로 이어지는 행사, 플랫폼 등이 사회 각층에 새로운 걷기 열풍을 몰고왔다. 모바일 앱 ‘빅워크’는 대표적인 도보 기부 플랫폼이다. 앱을 켜고 걷기만 하면 100m당 1원씩, 걷지 못하는 이들에게 의족 및 생계 지원 기부를 할 수 있다. 2012년 생겨난 후 94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참여했고, 모두가 걸은 거리는 총 20만km, 지구 497바퀴에 해당한다. 9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빅워크는 피그런, 산타런, 삼성카드 열린나눔 무궁화런 등 오프라인 행사로도 활동한다.

100m당 1원 씩, 도보 기부 플랫폼 빅워크 ⓒ빅워크 앱화면캡처
100m당 1원 씩, 도보 기부 플랫폼 빅워크 ⓒ빅워크 앱화면캡처

걷기로 기부하는 오프라인 행사도 여러 분야에서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월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코리아'는 옥스팜 워크 캠페인을 진행했다. 강원 인제 소양강 둘레길 10km를 걷고, 참가비를 기부하는 방식이다. 깨끗한 물을 구하려면 매일 같은 거리를 걸어야 하는 지구 반대편 빈곤층 여성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에는 참가자 900명과 기구 홍보대사인 배우 이하늬가 함께했다. 이 밖에도 코레일은 지정된 철로를 따라 걷고 희귀 질환 어린이 지원 기금을 조성하는 ‘기브레일 자선 캠페인’에 협찬했고, 경기 광주시는 ‘건강한 광주, 착한 걷기’를 통해 누적 목표 걸음 5500만 보를 모아 취약계층 노인들의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기부 릴레이를 진행했다. 또, 조금 다른 형태이긴 하나, 제주의 한 경찰서가 2016년부터 도보 순찰한 거리만큼 후원금을 모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와온 경우도 있다. 이들이 1m에 5원씩 4년간 적립한 후원금은 약 2억 4천만 원으로, 총 300여 명의 이웃에게 전달해 화제가 됐다.

이처럼 즐기면서 기부도 하는 것을 두고 ‘퍼네이션(Funation)’이라 부른다. 재미(fun)와 기부(donation)를 합친 말로, 걷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쉽게 공유하고 퍼뜨리는 SNS 문화와 맞물려 젊은 층 사이에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비롯해 <커피 프렌즈>, <현지에서 먹힐까> 등 챌린지를 통해 얻은 수익을 기부하는 TV 프로그램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같은 열풍은 액티비티와 사회적 활동을 즐기는 세대적 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최근 떠오르는 소비집단이면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 이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이를 위해 직접 나서는 행동력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밀레니얼 세대에게 기부는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운동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SNS에 자신의 운동 기록이나 과정을 인증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운동과 엔터테인먼트, 기부 요소까지 지닌 걷기의 특별의 진화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가장 합리적인 액티비티로 받아들여지는 이유이다.

여행과 재미, 기부의 결합, 퍼네이션(Funation)으로 진화한 걷기 ⓒPixabay
여행과 재미, 기부의 결합, 퍼네이션(Funation)으로 진화한 걷기 ⓒPixabay

퍼네이션에 관심은 있으나 아직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면 기부 앱을 이용하거나, 걷기 좋은 가을, 앞으로 예정된 행사에 참여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11월 2일, 서울 한강 5개 다리에서 펼쳐지는 ‘브릿지워크서울’은 유엔난민기구 협찬으로 기부를 진행한다. 같은 날, 천안에서 열리는 ‘단풍나무숲길 걷기대회’는 독립유공자 후손의 주거 지원을 위해 열리는 행사이다. 걷기 기부 앱은 앞서 언급한 빅워크 외에도 ‘닐리리맘보’, ‘워크온’ 등이 있다. 걸을 일이 많은 날, 산책, 트레킹에 앞서 앱을 실행하기만 하면 되므로 간편하다.

그저 걷기 좋아하는 이들의 전유물에서, 누구나 즐기는 힐링 액티비티로, 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으로, 걷는 여행은 점차 넓게 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단순히 걷는 것을 통해 즐기는 여행을 넘어 좋은 일까지 할 수 있으니, 이 정도면 지금까지 꽤 괜찮은 여행 방식의 진화라 할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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