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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프레임 속 여행지-국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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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프레임 속 여행지-국내편
  • 황은비 기자
  • 승인 2020.02.12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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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영화 최초 아카데미 4관왕 거머쥔 영화 ‘기생충’
-다시 쓰는 영화의 역사, 봉준호 감독 필모그래피 속 여행지
-대전, 부산, 태안 등 영화 속 장면과 실제 비교하는 재미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면서 봉 감독 작품 촬영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면서 봉 감독 작품 촬영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 2019)’이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달성했다. 전 세계 영화 산업의 메카 할리우드에서 외국어 영화로는 최초로 거둔 성과라 그 의미는 더욱 크다. 비영어권 영화에 배타적인, 그것도 가장 미국적인 시상식이 한국의 영화를 제대로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수상 소식에 업계 관계자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전 세계 명사들도 앞다투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시상식이 진행된 2월 9일(현지 시간)부터 국내 언론 및 포털은 물론, 외신은 온통 봉 감독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오늘 밤새 술 마실 준비가 됐다.”는 호탕한 수상소감부터, 작품, 가족 하나 하나 화제가 되고 있는 지금, 당연히 그의 프레임에 담긴 촬영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봉준호 감독은 범죄, 스릴러, 공포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꾸준히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면서 흥행과 비평까지 잡아내는 점도 그가 독보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다. 또, 그 덕분에 그의 작품 속에서는 다채로운 분위기의 씬을 마주할 수 있다.

기생충의 주요 스토리가 전개된 극중 박 사장의 저택 ⓒ전주영화종합촬영소
기생충의 주요 스토리가 전개된 극중 박 사장의 저택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우선 지금 화제의 중심에 있는 작품 ‘기생충’은 국내 몇 지역을 돌며 촬영했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은 전주가 차지한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 세트를 짓고 촬영의 60% 이상을 진행했으며, 극 중 박 사장(이선균 분)의 집, 야외 정원 등이 바로 그곳이다. 또, 기택(송강호 분)네 가족의 동네와 더불어, 자주 등장하는 가파른 계단이나 언덕은 서울 북아현동, 성북동, 후암동 등지에서 촬영했다. 저택과 대조적으로 빛이 잘 들지 않는 반지하 집은 아현동 다세대 주택을 모티브 삼아 세트로 지었다고 한다. 극 중에는 어둡고 각박한 동네처럼 보이지만, 위 동네들은 도시 한복판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여전히 사람 냄새와 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또, 2017년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등 할리우드 스타가 출동한 ‘옥자’의 경우, 배우와 감독이 함께 촬영지 헌팅에 나서며 화제를 낳았다. 그렇게 정해진 곳이 바로 대전이다. 대전 오월드, 대동오거리, 갈마지하차도 등에서 촬영했고, 또, 영화에는 서울 양화대교의 모습도 담겼다.

신두리갈대밭은 태안 해변길 1코스로 걷기에 좋은 길이다. ⓒ한국관광공사
신두리갈대밭은 태안 해변길 1코스로 걷기에 좋은 길이다. ⓒ한국관광공사

대전이 봉 감독의 프레임에 등장한 것은 옥자가 처음이 아니다. 김혜자, 원빈 주연의 ‘마더’도 대전의 한 일식주점에서 촬영한 바 있다. 더불어, 이 작품을 대표하는 장면은 뭐니 뭐니 해도 갈대밭을 걸으며 춤을 추는 마더(김혜자 분) 씬인데, 촬영지는 충남 태안이다. 해수욕장과 너른 갈대평야가 어우러진 신두리 갈대밭을 배경으로, 이는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장면으로 평가받는다. 대전과 연계 관광에도 좋은 태안 신두리 일대에선 한적한 분위기 속 산책과 더불어, 여름에는 해수욕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마더의 주요 촬영지로는 부산의 돌산마을도 있다. 문현동 안동네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다른 촬영지와 마찬가지로 영화 내에서는 다소 어둡게 그려지지만, 실제로 가보면 아기자기한 달동네가 반긴다. 이곳 역시 좁은 골목마다 자리한 벽화와 소박한 풍경으로 영화 속 분위기와 사뭇 달라 아늑함 마저 느껴진다.

지난 6월 개봉 이후,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세계 영화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기생충' 덕분에, 봉 감독의 프레임에 담긴 촬영지에 대한 관심은 한동안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카데미 수상 직후,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는 방문을 희망하는 연락이 더욱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남아 있는 세트가 없어 방문은 어려운 상태다.

전주영상위원회는 아쉬움을 전하며 “영화와 관광을 연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기생충은 다수 영화관에서 재개봉에 들어간 상태다. 아쉬운 마음을 담아 한번 더 관람하거나, 영화 속 장면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서울 성북구, 종로구 일대 및 다른 작품 로케이션을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세트장 만큼의 생생함은 아니라도,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이번 성과의 여운을 오래 곱씹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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