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희 사장의 거칠고 투박한 손에선 진남포면옥의 역사가 보인다. 시집온 지 얼마 안 돼 평안남도 진남포가 고향인 시어머니를 도와 뛰어든 게 시작이다. 당시 약수동 아담한 가게에 빨강색으로 ‘막국수’라 쓴 나무 간판 하나 내걸고 문을 연 것이 올해로 54년째가 됐다.
이처럼 이북음식 전문점 진남포면옥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어느덧 젊은 사람들 사이에도 입소문이 자자한 약수동의 맛집이 됐지만, 예전처럼 고향의 맛을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손님이 몰리는 식사 시간 이후에는 곧바로 만두를 빚습니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지요.”
54년 전 메뉴는 막국수와 찜닭, 그리고 수육 세 가지였는데, 이후 만두를 추가했다. 평안남도식인 이 집 만두는 송편처럼 크고 길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고 큰 만두소를 담백하게 만들기 위해 배추를 살짝 절여 사용한다. 그렇게 채소 위주의 소에 두부, 고기, 대파, 당면으로 속을 꽉 채워 직접 만두를 빚어낸 지도 30년이다.
역사가 깊은 진남포면옥의 이북식 만두를 맛보려면 만두국이나 접시만두, 또는 만두전골을 주문하면 된다. 만두전골은 특히 소개할 만한데, 채소육수와 사골뼈, 잡뼈를 오래 우려낸 사골육수가 담백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크게 만든 만두와 팽이, 느타리, 새송이, 표고 등 버섯류, 배추, 무, 호박 등 각종 채소를 푸짐하게 넣어 즉석에서 끓여 낸다.
초창기부터 내려온 찜닭 역시 대표메뉴이다. 닭은 날개, 뱃살 등 각 부위에서 비린 냄새가 나지 않도록 손질부터 엄격하게 진행한다. 이후, 월계수 잎, 대파, 생강, 엄나무와 함께 삶아 기름을 쏙 빼고 다시 데워 낸다. 이때 닭을 삶은 육수에 부추를 살짝 데쳐서 이북 진남포식 닭찜과 함께 나온다. 찜닭과 함께 먹는 대파양념장도 맛의 비결이다. 여러 가지 간장을 배합하고 양파, 생강, 대파를 비율대로 물과 함께 섞은 후 고춧가루를 넣고 다시금 버무린다. 이 양념장에 겨자와 식초를 넣은 후, 부추와 닭고기를 찍어 먹으면 부추 향과 닭고기의 담백함을 맛볼 수 있다.
막국수는 주문과 동시에 메밀면부터 만들어 삶아내고 동치미 국물과 양지 육수를 배합하여 시원하면서 담백함 가득한 이북식 육수로 맛을 더한다. 고명은 소화를 돕는 무, 오이 등을 평안도식으로 놋그릇에 담아낸다.
별미 빈대떡은 녹두를 갈 때부터 비법이 숨어있다. 녹두를 가는 중에 월악산 자락의 방앗간에서 짠 참기름을 첨가하는 것이다. 색깔부터 먹음직스럽게 잘 구워 나온 빈대떡은 그 고소함이 입안에 그대로 전달된다.
매장정보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휴일-명절 구정, 추석)
전화 02-2252-2457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다산로 108
좌석 수 100석 2층, 3층